시와 憧憬

[스크랩] 장석주, 「축구」 낭송 장석주

cassia 2011. 2. 7. 12:01
    장석주, 「축구」(낭송 장석주) 장석주, 「축구」  어린 시절 공을 차며 내가 중력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알아야 할 도덕과 의무가 정강이뼈와 대퇴골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변동과 불연속을 지배하려는 발의 역사가 그렇게 길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초록 잔디 위로 둥근 달이 내려온다. 달의 항로를 좇는 추적자들은 고양이처럼 예민한 신경으로 그 우연의 궤적을 좇고, 숨어서 노려본다. 항상 중요한 순간을 쥔 것은 우연의 신(神)이다. 기회들은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왔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굼뜬 동작으로 허둥대다가는 헛발질한다. 헛발질: 수태가 없는 상상임신. 내발은 공중으로 뜨고 공은 떼구르르르 굴러간다. 마침내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린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들은 스물두 개의 그림자를 잔디밭 위에 남긴 채 걸어 나온다. 오,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이것은 살육과 잔혹 행위가 없는 전쟁, 땀방울과 질주, 우연들의 날뜀, 궁극의 평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시·낭송_ 장석주 - 1955년 충남 연무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월간문학』,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햇빛사냥』,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절벽』, 『몽해항로』 등이 있음. 애지문학상을 수상함. 출전_ 『절벽』(세계사) 장석주, 「축구」를 배달하며 ‘쓰러지는 법이 없이 둥근 공’이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했습니다. 공은 떨어져도 깨지거나 망가지지 않고 제 안에 든 공기의 힘으로 원래 있던 자리로 올라가려 하죠. 그래서 공은 ‘곧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꼴’이며 ‘최선의 꼴’이랍니다. 곧 튀어 오르려는 잠재력이며 가능성인 이 둥근 탄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2002년에 우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이 마술의 힘을 체험한 적이 있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한 개성들이 함께 손잡고 껴안고 녹아서 한 마음이 되었죠. 총칼이 없는 싸움. ‘땀방울과 질주’가 무기인 싸움. 이 둥근 싸움이 고단한 삶도 증오의 정치도 분단의 긴장도 둥글게 만들어 ‘궁극의 평화’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벽산책 / 출처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글쓴이 : 새벽(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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