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정우영, 「집이 떠나갔다」 낭송 정우영

cassia 2011. 1. 31. 04:09
정우영, 「집이 떠나갔다」 낭송 정우영
    정우영, 「집이 떠나갔다」(낭송 정우영) 정우영, 「집이 떠나갔다」 집이 떠나갔다. 아버지 가신 지 딱 삼 년 만이다. 아버지 사십구재 지내고 나자, 문득 서까래가 흔들리더니 멀쩡하던 집이 스르르 주저앉았다. 자리보전하고 누워 끙끙 앓기 삼 년, 기어이 훌훌 몸을 털고 말았다. 나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렇듯 매서운 날 가시는가, 손끝 발끝이 시려왔을 뿐이다. 실은 그날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숨소리 끊기자 모두 다 빛을 잃었다. 아버지 손때 묻은 재떨이와 붓, 벼루가 삭기 시작했고 문고리까지 맥을 놓았다. 하여 사람들은 집이 떠나감을 한 세계가 지는 것이라 하는가. 두 손 모두어 경배하고 나이 마흔 넷에 나는 집을 떠난다. ◆ 시/낭송_ 정우영 - 1960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민중시』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집이 떠나갔다』『살구꽃 그림자』, 시평 에세이집 『이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 등이 있음. 출전_『집이 떠나갔다』(창비) 정우영, 「집이 떠나갔다」를 배달하며 사람은 죽어 육신이 사라져도 산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에 남아서 보이지 않는 삶을 이어갑니다. 김현은 기형도 시집 해설에서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져 없어져버릴 때, 죽은 사람은 다시 죽는다. 그의 사진을 보거나, 그의 초상을 보고서도, 그가 누구인지를 기억해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될 때, 무서워라, 그때에 그는 정말로 없음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썼지요. 그 '없음'의 세계가 두려워 사람은 죽은 후에도 산 자의 기억에 끈질기게 달라붙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체취가 남아있는 집은 아들이 행복한 기억을 되살려 아버지와 보이지 않는 삶을 계속 이어가는 곳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그런 기억의 안간힘마저 가차 없이 잘라버립니다. 죽은 후에도 삶에 대한 애착과 그것을 무화시키려는 시간과의 싸움은 계속 되는 것이죠. 새벽산책 /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