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642] 무성요예(無聲要譽)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상황(李相璜·1763~1841)이 충청도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갔다. 어둑한 새벽 괴산군에 닿을 무렵, 웬 백성이 나무 조각에 진흙을 묻혀 꽂고 있었다. 수십 보를 더 걸어가 새 나무 조각에 진흙을 묻히더니 다시 이를 세웠다. 이렇게 다섯 개를 세웠다. 어사가 목비(木碑)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무언가?” “선정비(善政碑)올시다. 나그네는 저게 선정비인 줄도 모르신단 말씀이오?” “진흙칠은 어째서?” 그가 대답했다. “암행어사가 떴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방이 저를 불러 이 선정비 열 개를 주더니, 동쪽 길에 다섯 개, 서쪽 길에 다섯 개를 세우랍디다. 눈먼 어사가 이걸 진짜 선정비로 여길까봐 진흙을 묻혀 세우는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