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아지매는 할매되고

cassia 2006. 9. 29. 03:35

아지매는 할매되고

詩 /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열아홉 순정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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