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화가 이순형

cassia 2006. 10. 9. 04:14

    피아노 이야기

 

 

'현대미술의 단면전'-이순형, 목마와 숙녀 

 

 

"내안의 너 있다 " 2005

 

철학자 쇼펜아우워는 "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다.
그만큼 음악의 상태는 순수하고 아름답고 이상적이며 절대적인 공간이다.
마치 이순형이 거느리고 있는 회화의 세계 속에는 철학자처럼
음악의 절대적 경지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
그 어느 것도 기울지 않고 편애도 없이
중용의 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아름다움의 지평.
그것이 이순형의 회화 세계이다.

 

그의 음악적 공간은 언제 어디서든 화음으로 나타난다.
낮고 높은 옥타브 속에 펼쳐진 색채의 리듬, 자연스럽고 평온한 조화,
그가 얼마나 음악의 상태를 그려내고 있는지 알게 한다.
그의 공간구성도 우아하고 화사한 음악의 화음처럼
색채의 극적 대비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음악을 통한 일상적 감성을 가지지 않으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의 그러한 메타포의 도구는 악기이거나 그런 이미지이다.

 

그의 그림에서 빈번하게 보이는 종이배나 악기, 의자
그리고 음의 높낮이를 알려주는 음표 등 모든 것들이 그의 화면에 담겨 있다.
리듬감과 음악적 서정성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구성 등은
바로 음악이 그의 내면 혹은 가슴속에 숨어 있음을 말해준다.
내안에 너있다 라고 쓰여진 글씨 아래의 여인은
바로 그러한 존재의 이상적인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두말할 나위도 없이 작품에 드러나는 소재의 종이배는
그의 유년기에 대한 기억이나 회상인 동시에
우리들의 아름다운 강가의 추억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추억과 기억 속에서 만나게 되는 그림 속의 배는
작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풍요를 느끼게 한다.

 

그자신의 고백처럼 "종이배를 통해서 시간의 풍요와 시간" 을 반추하는
그치지 않는 영혼의 숨결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고 그림의 힘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그들은 영혼이 맑아야한다.

 

사람들이 그를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음악 미학 - 라흐마니노프에의 연상

 

나무는 몰랐다./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 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그는 자신을 보았다./고인 빗물에 비친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시인 이성선은 나무를 이렇게 노래하였다.

 

그런 반면 화가 이순형은 일상적인 실내외 풍경들을 통하여
일상의 세계를 프리즘처럼 나무들을 활용한다.
그리고 나무들을 활용하여 음악의 선율과 주제를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나무는 하나의 미적인 오브제가 되기도 하고
사다리가 되기도 한다.이렇게 직접적으로 나무를 이용하여
그는 그의 회화적 지평 속에 나무가 예술가들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다시금 환기시켜준다.

 

비록 색채로서 또는 형태로서 표출하는 이순형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나무를 노래하는 시인이나 나무를 심는
이들의 마음과 꼭 같으리라.

 

- 김종근(미술평론가,홍익대학교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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