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e러닝 열풍] 교실 풍경이 바뀐다

cassia 2006. 4. 27. 05:10
[e러닝 열풍] 교실 풍경이 바뀐다
초·중·고교에 'e-learning(러닝)' 열풍이 불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e 러닝의 구호는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너무나 큰 매력이다. 칠판, 담임교사 등으로 대표되던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은 대형 모니터, 동영상 강의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초등학생은 학급 홈페이지에서 내일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한다. 입시생들은 유명 강사들의 동영상 강의에 목을 맨다. 공교육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e 러닝은 불과 몇 년 사이에 교육 현장 깊숙히 자리를 잡았다. 대세가 돼 버린 e 러닝, 어떻게 활용해야 현명한 것일까.

이은실(12·대구 성남초 6학년) 양은 요즘 방과 후 집으로 가는 길이 즐겁다. 학교 여자 테니스 선수인 은실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오후 3~4시간씩 코트에서 연습을 하느라 집에서 혼자 공부해야 했다. 시간이 없어 학원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학급 홈페이지(www.dgseongnam.es.kr)에 접속만 하면 된다. '문화체험센터 관람기 홈피에 올리기', '5월 우유급식 신청' 등 오늘 숙제와 내일 준비물이 적힌 '알림장'이 뜬다. '사이버 공부방'과 '맞춤학습' 메뉴를 클릭하면 담임 선생님이 내 수준에 맞춰 설계한 내용이 준비돼 있다.

"얼마 전 애국가 가사 맞추기 시험에서 3학년 동생보다 못한 점수를 받았는데요, 인터넷에서 애국가 가사를 찾아보고 다시 시험을 쳤더니 100점을 맞았어요."

성남초교는 지난 해 학교·학급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준별 학습을 위해 학생 수준에 따라 3, 4개 그룹으로 나누고, 교사는 학생 개인에 맞는 학습 내용을 분석, 공부방 별로 콘텐츠, 권장 사이트, 온라인 평가(시험)를 제공하고 있다. 김은정(29·여) 6학년 담임교사는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정답률이 60% 미만인 문제들은 따로 모아 제공하는 식의 맞춤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학교 홈페이지(www.siji.es.kr)를 구축한 대구 시지초교. 본격적인 e 러닝 구현을 위해 학교 하드웨어를 통째로 교체한 이 학교는 1천400여 명의 학생들이 모두 사이버 담임 선생님을 두고 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예·체능 6개 과목을 전담한 사이버 선생님들은 모두 해당 분야 고수. 교실 칠판 옆 대형 플렉스 비전으로 외국 박물관 등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만난다. 골치 아픈 원고지 쓰는 법은 학생들이 단골로 클릭하는 과목. 임순희 교무부장 교사는 "쉽게 말해 교실에서 '종이궤도'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곽동훈(15.북구 복현동) 군은 중간고사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 대구 e 스터디 '수학반' 에 매일 접속, 공부방에 실린 예상문제를 풀고 있다. 곽 군은 "현직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낸 문제들이라니까 이번 시험에 어떤 유형이 나올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영신고 3학년 박종근(18.동구 백안동) 군은 하루 종일 e 러닝이다. 아침에는 EBS 방송수업을 듣고 심야 자율학습시간에는 종이책 대신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를 켠다. PMP의 3.5인치 화면 안에서는 서울 유명 학원강사의 족집게 식 '언어영역' 수업이 한창이다. 박 군은 "서울 강남와 대구 수성구의 공부 잘 하는 학생들과 같은 강사의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는 만족감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 e 러닝, 왜 열광하나?

학습에 필요한 '모든 것'(심지어 교사까지)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출발점이다. 초등학생 경우 논술처럼 부모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험제도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과학교육 사이트, 인터넷 영재 프로젝트, 온라인 동화, 가족 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중학생은 온라인 강좌 수강을 통해 의지력을 키우고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키울 수 있다. 이런 습관은 학습량이 대폭 늘어나는 고등학교 시기에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메가스터디 류의 유료 강의는 고교 입시생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시·공간 제약이 없어 지방에서도 유명 강사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업체 사이트에 따라 '1대1 담임교사제'를 운영, 학습관리를 해 주는 곳도 있다. 지난 20일 대구 e 러닝 박람회에 참가한 한 교육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교사들의 교수법을 보조해 주는 콘텐츠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대구, 경북 e 러닝 공공 채널은?

대구시교육정보원에서 제공하는 '대구 e 스터디'와 경북교육연구원이 구축한 '내 친구 교육넷' 이 있다. 회원 가입만 하면 양쪽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구 e 스터디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가정학습에 주력하고 있다. 대상 학생 26만 명 중 11만여 명이 가입해 있을 정도로 큰 인기. 올 2학기부터 기존 영어, 수학, 중국어, 일본어 이외에 독서논술과 국어를 추가할 예정이다. 내 친구 교육넷은 교육포털 사이트를 표방하고 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의력 학습 등을 시키는 '어린이 교육넷', 교사들의 수업자료를 담은 '교수학습정보', 농.어촌 학생들을 위한 '경북사이버스쿨', '사이버 논술·토론' 자료, 블로그, 메신저, 학교홈페이지 만들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