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cassia 2006. 4. 24. 03:56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1, 2학년=읽기와 쓰기보다는 말하기에 비중을 둔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주로 낱말이나 10∼20자의 짧은 문장에 담아 표현하도록 도와야 할 때다. 집중력과 어휘력을 높이는 끝말잇기와 수수께끼는 물론 그림을 그린 뒤 이를 설명하거나 동화를 듣고 동화 속 인물이 돼 이야기해보는 등의 놀이가 효과적인 훈련이다.

말하듯 동화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게 하는 것도 좋은 훈련법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말을 들려줘야 한다.

 

책을 읽어준다면 어감이 다른 여러 표현을 되풀이해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준다. 중간중간 질문을 던져 아이가 느리게 말하더라도 완전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단답형 질문은 피한다. “친구와 싸웠니”라고 묻기보다는 “친구와 왜 다퉜고, 싸운 뒤 네 기분은 어때!”라고 질문하라는 것이다.

아이가 자유롭게 말하도록 내버려두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간단한 이유를 대도록 해 논리력을 키워준다.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역시 이유를 대서 말하도록 한다.

“목소리가 참 좋네!” 등 구체적인 칭찬이 좋다. 그런 다음 말의 내용을 분석해주고, 이어 “다음에 더 좋은 얘기를 들려주렴” 하며 아이의 자신감을 다시 북돋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혼잣말에도 즐겁게 맞장구쳐준다면 아이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아직도 아이가 말끝을 흐린다든지, 쓸데없는 말을 장황하게 한다든지, ‘있잖아요’, ‘같아요’와 같이 유아들이 자주 쓰는 군더더기 말에 익숙하다면 곤란하다. 아이가 이렇게 말을 걸어오면 제대로 표현할 때까지 못 들은 척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우물우물 말하는 아이에게는 입을 크게 벌려 얘기하도록 돕는다. ‘아’와 ‘오’, ‘우’의 발음만 또렷해도 말소리가 더욱 선명해진다.

◆3, 4학년=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나름의 타당한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때다. 그런 생각에 살을 붙여 한두 문단 정도 확대해 말하도록 지도한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의견 말하기나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자기 생각과 비교하기, 질문 만들기 등을 유도하는 것이 훌륭한 훈련법이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상대방 의견을 반박하려면 더욱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대야 하고, 그러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 후 요점을 정리해 말한 뒤 부모가 토론 상대로 나서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까지 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학교에서는 친구가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아이가 1분 정도 혼자 연설하는 훈련은 표현력 기르기에 효과 만점이다. 미리 주제를 정해주거나 그날 있었던 일 중 하나만 6하원칙에 맞춰 최대한 자세하게 말해보도록 한다. 연설이 끝나면 ‘내용은 재미있는가’, ‘정해진 시간을 잘 지켰는가’, ‘발음은 정확했는가’ 등 평가표를 작성해본다.

일상 얘기는 물론 논리력을 요구하는 신문기사와 만화영화, 책 등 다양한 주제를 발굴해 아이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계절과 날씨도 훌륭한 얘깃거리다.

◆5, 6학년=‘생각, 입장, 견해+이유, 까닭, 중심 근거+설명, 보조 근거’와 같은 식으로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말할 때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생각해보고 쟁점은 무엇인지, 또 장단점은 어떤지 비교할 수 있는 찬반 토론이 올바른 훈련법이다. 스스로 자료를 찾고, 이것을 근거로 사실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남을 설득하기도 하고 상대와 협상하기도 하는 공부다. 아이는 자료를 수집하면서 많은 지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를 만든다.

발표 수업도 훈련으로 더할 나위 없다. 먼저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정하고, 소재를 찾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도록 돕는다. 일단 수정, 보완까지 끝낸 글을 보지 않고 발표해보고, 익숙해지면 글을 쓰지 않고도 말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그래야 갑작스런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술술 대답할 수 있다. 긴 문장은 피하고,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말의 강약과 장단을 조절할 줄 알면 아이에게 더욱 큰 자신감이 생긴다. 평소 문장마다 중요한 단어나 내용은 억양을 높여 강조하고, 장단을 타듯 자연스레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

목소리가 작거나 말이 갈수록 빨라질 경우 녹음한 목소리를 들려주면 아이 스스로 고친다. 늘 찡그린 얼굴로 말하는 아이라면 비디오로 찍어 보여주거나 발표하면서 거울을 들여다보게 한다. 바른 자세는 기본. 두 다리는 어깨 너비만큼 벌리고, 두 손은 살며시 주먹을 쥔 채 고개가 들리지 않도록 턱을 약간 안으로 당기면 발표하기에 편안한 자세가 된다.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친척이나 친구 앞에서 얘기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멋있을 텐데”라며 은근히 부추기는 것이 좋다. 그래도 긴장된다면 가장 친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발표하게 하는 것도 요령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도움말:
서울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