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책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어라

cassia 2006. 2. 8. 04:00

책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어라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새 대입제도가 시행되면 논술시험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논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독서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독서법에 대한 교육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부모들은 그저 많이 읽기만 하라고 강요한다.‘더 빨리, 더 많이’ 읽히려고 심지어 속독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잘못된 독서 습관과 고치는 법을 살펴본다.

아이들의 독서에 대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많이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독서량은 많은데도 판단력, 상상력, 창의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의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열권 통독보다 한권 정독이 바람직

독서의 목적은 크게 보아 지식습득과 사고력 향상이다.

독서 습관과 창의력이 길러지는 시기에는 후자가 강조된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박선이 연구이사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기회를 갖고 그 의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통독이나 속독으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지식 습득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은 ‘대충 독서’를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사고력 향상은 물론 지식습득조차도 기대하기 어렵다.

흔히 글을 잘 쓰기 위해 다독을 강조한다. 하지만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권이라도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이 논술 등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 박선이 이사는 “논술시험에서 처음 도입 때와 달리 갈수록 창의성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책 열권을 빨리 읽는 것보다 한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속독은 이해력·사고력 향상과 무관

최근 독서열풍과 맞물려 쏟아지는 각종 속독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독서지도연구회 임은정 회장은 “속독법을 통해 글을 읽는 속도는 향상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는 없다.”면서 “독서 속도는 이해력이 향상되면 자연히 빨라지는 것이지 편법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은 “속독법을 배운 아이들을 보면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어휘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키워드를 중심으로 줄거리 파악 위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언어 심리학에서는 독서능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속독을 위한 키워드를 뽑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허구로 본다. 남미영 원장은 “독서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속독을 배우면 독서습관을 망칠 수 있다.”면서 “필요에 의해 속독을 배우고자 할 때는 16세 이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서습관 진단은 이렇게

속독을 가르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아이가 빨리, 대충대충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책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 만큼 단순히 ‘1권당 몇 시간’과 같은 기준으로 독서 속도를 진단할 수는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집에서도 쉽게 아이의 독서습관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아이에게 그동안 읽은 책의 제목을 모두 쓰게 한다. 제목 옆에 각 책의 주인공 이름 등 관련된 단어를 적게 한다.

다시 그 옆에는 책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쓰게 한다.

제대로 독서를 한 아이라면 책 제목과 함께 관련 단어와 문장을 대부분 채워 넣을 수 있다. 반면 기억하는 책 제목 수에 비해 내용을 적은 수가 턱없이 적다면 아이가 ‘대충 독서’를 한 것이다.

 

재미있는 책만 읽으려는 아이 ‘엄마찾아 삼만리’ 읽혀보길


책을 지나치게 빨리 읽는 것을 비롯해 잘못된 독서습관들이 있다.
이를 바로잡는 방법과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한다.

● 책을 대충, 빨리 읽는다면


우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스스로 원인을 찾게 한다. 대표적인 이유는 읽어야 하는 양이 많아서다. 즉 부모가 “오늘은 이만큼은 읽어야 해.”라고 정해주면 그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빨리 읽게 되는 것이다.

책을 대여해서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 반납 날짜에 맞추기 위해 아이는 줄거리만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책을 읽게 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책읽는 양과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 독서 후에는 책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면서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을 한다.

단 부모가 일방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아이가 독서를 하나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한다.

● 얕은 재미만을 찾는다면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재미 추구다. 하지만 아이가 여운과 감동이 동반되는 재미가 아닌 코미디, 폭력, 공포 등 얕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메리디스 후퍼 지음, 국민서관)이나 ‘엄마 찾아 삼만리’(아미치스 지음, 예림당) 등 재미는 물론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책을 권하면 좋다.

● 책만 읽으려고 한다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걱정이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문제일까. 다른 일은 제쳐놓고 책만 읽는 아이들의 경우 책 속의 주인공하고만 소통을 해 비현실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운동부족 등 건강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팬터지, 탐정류, 폭력물, 무협류를 주로 읽는다. ‘찔레꽃 울타리’(질 바클렘 지음, 마루벌)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지음, 시공사)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이준관 지음, 푸른책들)와 같은 책을 권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