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독서치료 모임을 위한 가이드라인

cassia 2006. 1. 21. 04:37

<자료출처: 학도넷>

http://www.hakdo.net/policy.html?Table=lib1&mode=view&uid=78&page=1

 

김정근의 독서치료 이야기 

 

          소규모 독서치료 모임을 위한 가이드라인

 

처음 자전거 배우던 때를 생각해보자.

우선 안장에 올라 앉아 페달을 저어보고 핸들을 이리 저리 움직여보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뒤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살며시 밀어주면 도움이 된다.

그냥 밀어주기만 하는 것보다 요령을 일러주는 약간의 설명이 따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전거는 머리가 배운다기 보다

주로 몸이 배우는 것임을 알게 된다.

다른 예로 요가와 명상을 생각해보자. 비슷한 면이 있다.

동작을 취하고 마음을 모으며 몸을 움직여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설명은 그 다음이다.

더구나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절간의 선을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

마음을 모으는 부분이 모든 순서의 핵심이다.

방법에 대한 설명은 도움은 되지만 결코 그것이 다는 아니다.

더욱이 설명만 듣고 앉아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요컨대 몸과 마음이 먼저라는 이야기이다. 머리는 나중이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배움의 중심이 반드시 머리가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슴도 되고 몸도 되는 것이다.

 

독서치료의 경우도 비슷하다. 단정적으로 머리는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결코 머리를 써서 배우는 영역은 아니다. 주로 가슴과 느낌으로 배운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머리로 많이 안다고, 지식이 축적된다고 하여

치유 경험이 생기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 안장에 앉는 일, 요가와 명상의 마음 모으기와 스트레칭,

선의 자세에 해당하는 부분이 독서치료에서는 곧 치유서 읽기 자체가 되는 것이다. 

결코 그것에 대한 방법과 이론의 습득이 주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선정된 치유서를 자신의 눈으로 보며

집중하여 읽어내려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 마음을 모두 책 내용의 흐름에 맡겨버리고

그밖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내용을 수험생처럼 머리로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와 함께 공부하는 한 연구자는 독서치료를 ‘마음의 요가’라고 부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머리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주목한 점에서 호감이 가는 지적이다.

이 연구자가 최근 나에게 보내온  메일 내용 일부를 소개해본다.

 

     정말 요가와 명상, 독서치료는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선은 자신을 돌보는 오롯한 시간이라는 것,

     요가동작을 하며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쓰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듯이,

     보지 못하던 자신의 내면과 만나면서 심신의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것,

     수련하는 동안 몸과 마음의 긴장과 이완이 함께 어우러져

     결국은 이완을 통해서 심신이 편안해지는 것,

     체험을 해보지 않고는 그 느낌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머리로가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 등...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김수경 외래교수)

 

그래서 독서치료는 사고(thinking) 쪽 보다는 감정에 호소한다고 말한다.

아픈 마음(sick mind) 또는 상한 감정(wounded emotion)이 주 대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호소 작용은 어떤 경로를 통하여 일어나는가?

내가 관계하고 있는 ‘책읽기를 통한 정신치료 연구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독서치료 모임에서는 이 호소 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참여자들은 재량껏 이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며 활동을 펼친다.

 

     1. 먼저, 치유적 책읽기  

       -선정된 치유서를 한꺼번에 또는 몇 차례에 나누어 집중하며 통독한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에 주목한다.

         -이 때 책의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마음으로 부터의 공감이 중요하다.

 

        2. 다음으로, 치유적 글쓰기

        -처음 치유서를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

        -‘나’에게 와닿는 메시지의 강도

        -읽는 과정에서 ‘나’의 내면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의 파장

        -다 읽고 났을 때 정리되는 생각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 주변 사람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읽고 나서 떠오르는 얼굴, 읽기를 권하고 싶은 사람, 선물하고 싶은 사람

        -위의 내용을 정리하여 종이 위에 솔직하게 적는다.

 

      3. 마지막으로, 치유적 말하기

       -준비해온 ‘치유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입을 연다.

       -‘나’를 남김없이 한껏 열어보이며 표현한다.

       -다른 참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다른 참여자들과 서로 마주 보며 토론한다.

 

독서치료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참여자들은 처음 모였을 때 자기 소개 차례가 되면 대체로 하는 식이 있다.

우선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 집’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 왜 왔는가? 그냥 배우러, 그냥 호기심에서 왔다는 식이다.

그런데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그것이 마음 속 진실이 아님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자신도 스스로의 진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고 알면서도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선량한 거짓말을 해버리는 수도 있다.

한편, 모임이 거듭되다 보면 어느 때부터 몇 몇 사람이 울음을 울기 시작한다.

조금 울다 마는 수도 있고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울기도 한다.

코를 훌쩍거리고 냅킨을 뽑아 들기도 하고 목이 메여 말을 못하는 사람도 생긴다.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고 오는 사람도 나온다.

어떤 때는 참여자 전체가 함께 울기도 한다.

 

처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것은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에서 평소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숨겨진 상처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구정물이 위로 떠올라 흘러나가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모임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얼굴이 편안해지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경험을 흔히 동일시(identification), 카타르시스(catharsis),

통찰(insight)의 과정이라고 일컫는다.

   독서치료 모임의 참여자들이 읽고 나서 특히 많이 울고 치유 경험을 고백하는

 책들이 있다. 태어나서 자라는 성장의 아픔과 관련된 책들이다.

 

니콜 파브르 지음. 김주경 옮김. <상처받은 아이들>(동문선, 2003).

이 책은 유년기의 상처를 말한다.

유년 시절이라고 해서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호철 지음. <학대받는 아이들>(보리, 2001).

이 책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아픈 마음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말이나 무의식중에 보인 행동이

어린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는가를 알려준다.

이희경 지음. <마음속의 그림책>(미래M&B, 2000).

이 책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상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호소문이 담겨있다.

이훈구 지음.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이야기, 2001).

이 책은 부모 때문에 고통받은 나머지 보복에 나서는 대학생 청년의 심리구조를 전한다.

 

부모의 자식 학대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는가를 생생하게 밝힌 사례 연구이다. 이 책들은 하나 같이 아이들의 아픔과 부모되기의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어 치유서로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 글을 쓴 김정근은 도미니칸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토론토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도서관장과 대학원장을 지냈으며, 지금 같은 대학의 문헌정보학과 교수이며

‘책읽기를 통한 정신치료 연구실’의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지역사회 정신보건 문제와 독서치료>, <공공도서관은 독서치료의 장이 될 수 있는가>,

<공공도서관의 독서치료 프로그램,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등이 있다.  

 

옛날,

여자들은 앵두나무 우물가나, 동네 빨래터에 자주 가게 됩니다.

그곳은 세상과 통하는 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집안에서 억눌러 온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는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요즘으로 치면 독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로 자주 보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글쓰기로 변모된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에서 크고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때로는 현실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와 상처를 사람들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하여 치유한다는 것이지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을 속에 쌓아만 두면 병이 된다고 합니다.

누구에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현실을 잘 헤쳐가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누가 보는 것도 싫어서 혼자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누군가 함께 나누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도 같이 행복해 진다는 것,...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된 독서치료에 대하여

조금씩 접하다 보면 사람에게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소 지루하실 것 같아 읽기 쉽게? 조금 재편집?하였습니다...^^*  -W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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