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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깃든 과학성의 근본은?

cassia 2005. 12. 24. 06:05
 

한국인에 깃든 과학성의 근본은?

 


1900년대 초 이미지로 보는 코리아니티(koreanity, 한국성) - 2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23일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으로 결론나자 국민들은 절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해냈다며 한껏 들떴던 자부심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소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 나라의 모든 유산은 한 사람의, 일회적인 기적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 아닐까. 한국사에 아로새겨져 있는 과학유산들은 그 점을 웅변한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직지심경, ‘한글’, 온돌문화, 한지 제작기술, 첨성대….

우리 민족의 과학적 성과는 도전적 기개와 장인정신이 이를 뒷받침해 왔다. 특히 장인정신은 정법(正法), 정도를 벗어나서는 안되는 것을 철칙으로 알았다.

미디어다음은 미술사학자 이돈수 씨가 소장해 온 과학 관련 사진자료 등을 통해 이 같은 한국인의 한국인다움, 한국성(Koreanity)에 대해 재조명해 본다.

기사에 소개하는 사진과 이미지는 주로 1900~1930년대의 것들로서 정확한 연도 파악은 불가능했다. 이들 이미지 가운데 채색이 된 것은 당시에 엽서로도 사용됐던 것들이다.


 

과학성과 창조성 - 온돌

온돌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온돌은 한국 고유의 난방법으로 우리 민족의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돌은 거의 모든 민가에서 사용한 방식이었다.

과학성과 창조성 - 한지 제작술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지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한지는 닥나무 등의 섬유를 원료로 만든 우리 고유의 종이로 창호지·조선종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주요 수출품이었다. 이는 품질에 따라 백지(白紙)·장지(壯紙)·각지(角紙) 등으로 나뉜다. 또 용도에 따라 그 질과 호칭이 다른데, 문에 바르면 창호지, 족보·불경·고서의 영인(影印)에 쓰이면 복사지, 4군자나 화조(花鳥)를 치면 화선지(畵宣紙), 연하장·청첩장 등에 쓰이는 솜털이 일고 이끼가 박힌 것은 태지(苔紙)라고 불렀다.

 

과학성과 창조성 - 전통 한선
전통 한선의 모습. 한선은 배 밑바닥이 평평한 '평저선형(平底船形)' 구조를 갖고 있어 다른 나라의 선박과 뚜렷이 구별됐다. 평저선형 구조는 물 속에 잠기는 뱃전의 깊이가 낮아 얕은 수심의 연안과 강을 항해하는데 적합했다. 이같은 구조는 만조 때는 물에 떠 있다가 썰물 때에는 개펄에 그대로 안착할 수 있기 위해 고안됐다.

 

과학성과 창조성 - 첨성대
현존하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 국보 제31호. 첨성대의 상단부로서 우물정자 모양의 돌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가리킨다. 석단 하나하나가 12달, 24절기를 나타낸다고 한다.

 

장인정신 - 도자기
도자기를 제작하고 있는 장인의 모습. 도자기 이외에 옹기도 상고시대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됐다.'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때는 와기전(瓦器典)이라 하여 옹기를 굽는 직제까지 두었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도 서울과 지방에 100여 명의 옹기장을 두었다고 한다.

 

장인정신 - 에밀레종
봉덕사 성덕대왕 신종. 한국 최대의 종으로, 에밀레종 또는 봉덕사(奉德寺)에 달았기 때문에 봉덕사종이라고도 한다. 성덕대왕의 아들인 경덕왕(35대)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을 붙여 만든 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덕왕은 종의 완성을 끝내 보지 못했고 20여 년이 더 지난 혜공왕(36대) 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종이 완성됐다.

이 에밀레종은 소리의 여운이 유난히 긴 것으로 유명하다. 종을 치면 그 은은한 여운이 끊어질 듯 작아지다가 다시 이어지곤 하는 현상이 1분 이상 지속되며, 특히 가슴을 울리는 저음역의 여운은 3분까지도 이어진다. 이렇듯 반복되는 여운 소리가 '에밀레~ 에밀레~' 하며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를 탓하며 우는 소리 같다고 해서 에밀레종이란 별명이 붙었다.

 

장인정신 - 태극선
전통 부채(태극선)를 만들고 있는 모습. 태극선은 바퀴살 모양으로 배열된 약 100여개의 살대 위에 태극문양이 아로새겨진 비단헝겊을 입혀 선면(扇面)을 만들고 사북 장식으로 손잡이를 고정시킨 형태의 부채이다. 오랜 세월동안 양반층에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폭넓게 애용됐고 나라의 상징인 태극 문양이 사용되어 한국적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교육열 - 교육받는 선비들
개항 이후 근대식 교육을 받고 있는 선비들의 모습. 일제 강점기 이전으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 물리시간 풍경이다. 1903년경으로 추정된다.

 

높은 교육열 - 근대식 학교
개항 이후 종교적 목적으로 입국한 선교사들이 근대식 학교를 다수 세웠다. 어린 소녀들이 이같은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고 있다.

 

높은 교육열 - 서당
서당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 평소에도 선비와 학자들은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공자의 말에 따라 독서와 집필활동에 매진했다.

 

높은 기개 - 독립신문 제작
독립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 1896년 4월 7일에 서재필(徐載弼)이 창간한 신문으로 한글전용과 띄어쓰기를 단행하여 그 후의 민간신문 제작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신문은 민중계몽과 자주독립사상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높은 기개 - 초기 의병들
독립운동 초기 의병들의 모습. 근대 한국의 의병은 일제 침략에 대항한 무력 항쟁의 대표적 세력으로 주로 유생, 전직 관료, 해산 군인 등이 지도부로 구성됐고 농민, 하급 군인, 도시 빈민층 등이 그 하부 구성원이었다.

 

이돈수 씨가 말하는 한국인의 저력이란?

▲ 과학성과 창조성
서양과학 문명도 대단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과학성과 창조성이 뛰어난 과학유산들이 있다. 한글과 거북선, 온돌문화, 금속활자, 한지 제작기술, 도자기, 첨성대 등 그 예를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은 최근 1000년간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1위로 꼽혔다. 한글은 국내외 학계에서 그 과학성과 독창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한 외국 학자는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 칭송하기도 한다.

▲ 장인정신
우리의 전통 가운데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고 퇴색해버린 부분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장인정신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가지 기술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정신을 말한다.

한국인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들로는 도자기와 한지, 불상, 나전칠기, 방짜유기, 활, 자수 등 이 역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며 급속한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우리 민족의 장인정신은 '빨리 빨리 문화' 속에 퇴색됐다.

▲ 높은 교육열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는 문인을 더 높이 여겼던 선조의 사회인식과 가문을 중요시했던 유교적 세계관, 부모들의 아쉬움을 자식에게 배가시키는 동양적 가치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이 우리 사회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점은 확연한 사실이다.

다만 지나치게 늘어가는 사교육비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치맛바람,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불거지는 성과주의, 입시와 취업만을 위한 지식편식 등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 높은 기개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구려의 강인한 상무정신과 자주독립정신이 우리의 진정한 민족정신이다”고 찬미했다. 우리 민족이 과거 드넓은 대륙을 넘나들며 용맹을 떨쳤던 것에 대한 자신감이다. 신라의 화랑정신도 이와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문(文)의 정신은 ‘선비정신’의 틀로 계승되고 있다. 선비정신은 ‘변하지 않고 굽히지 않는 의리정신’이다. 우리나라에 파견된 최초 선교사 가운데 한 명인 미국인 앨런은 “선비는 남을 속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신의가 투철하며, 예의 바르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뇌물을 받지 않고, 도박을 하지 않으며, 의롭지 않은 것과 불의한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비사상은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략을 당할 때마다 ‘항거’의 정신으로 드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