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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밀'구이의 추억

cassia 2005. 5. 24. 13:04

제3회 순천 우리밀 축제에 가다

 

구수한 밀구이에 추억이 '모락모락'

      김학수(khscontax) 기자
"아빠! 밀구이가 뭐야?"

지난 21일 순천시 동천 밀밭에서 생활협동조합 주관으로 <추억의 밀구이> 체험행사가 개최되었다. 벌써 3회째 치러지는 순천 우리밀 축제(순천만으로 떠나는 우리밀 축제) 행사는 무공해 농법의 지향으로 흙과 함께 더불어 살며,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하고, 우리쌀을 지키고 우리밀을 살리자는 취지로 많은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밀과 밀떡을 구워먹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2005 김학수

▲ 행사 포스터가 걸려있는 공연장 모습
ⓒ2005 김학수
콘크리트 건물로 뒤덮인 도심에서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이런 농촌체험은 무척이나 이색적인 일.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밀구이 시작부터가 영 서툴기만하다.

▲ 밀밭에 서면 추억이 떠오르듯 시 한 수가 생각날 듯싶다.
ⓒ2005 김학수

▲ 도심을 바라보며… 잠시 자연 속에 묻히고 싶다.
ⓒ2005 김학수
노익장을 과시하듯 할머니, 할아버지가 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 도시인들에게는 낮질하는 모습조차 신기하기만 하다.
ⓒ2005 김학수

▲ 추억 만들기. 밀구이는 이렇게 하는 거여~
ⓒ2005 김학수
밀구이에 사용되는 밀은 약간 덜익은 부드럽고 파릇한 것이 제격이다. 할머니 한 분이 양손 가득 밀다발을 베어다가 모닥불을 지피는가 싶더니 금세 매콤한 연기속으로 구수한 밀내음이 풍겨온다.

▲ 모닥불 속에서 밀 이삭이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다.
ⓒ2005 김학수
까뭇까뭇 놀짱하게 익어가는 밀 이삭을 두어개 집어다가 양손으로 비비고, 입으로 불어대니 알맹이만 속살을 드러낸다.

▲ 할머니 입바람에 밀은 속살을 드러내고...
ⓒ2005 김학수
▲ 할머니 장난에 윤지 얼굴이 숯검정 범벅이다.
ⓒ2005 김학수

























당신 입에 넣기도 아까울텐데 할머니는 옆에 앉은 윤지 입에 넣어주신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받아 먹은 윤지의 얼굴에는 할머니가 장난으로 비벼댄 까만 숯검정 자국이 묻어 있다.

모두가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할머니의 옛이야기가 실타래를 풀어놓을 때 가족과 함께 오늘 체험행사에 참여한 하윤지(9. 순천 부영초2) 어린이는 처음 접해보는 밀구이 맛에 흠뻑 빠졌다.

"참말로 한 70년만에 해보는구만! 배고픈 시절이 많았던 옛날에야 학교에 갔다오면 소 먹이를 먹이러 가는 게 일이었어. 동네 뒷산에다가 소를 매어놓고 친구들이 다들 요(여기) 자리로 모였제. 요자리가 지금은 잘 정돈 되어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이곳이 전부 강변 모래밭이었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자라알을 주어다가 구워먹고,
보리나 밀을 구워 먹는 게 최고의 간식거리였제."

순천시 풍덕동 황인순(81) 할아버지는 유년 시절을 회상하듯이 손과 얼굴이 까맣게 숯검정 범벅이 되는 줄도 모르고 밀서리 추억을 주워담기에 여념이 없다.

빽빽한 도심 속에서 잠시 마음의 눈을 돌려 자연과 함께 보낸 하루. 피어오르는 모닥불 연기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들려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들이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기원하며, 자연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뜻깊은 행사를 주관하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 할머니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에 재미는 더해가고
ⓒ2005 김학수
<제3회 순천 우리밀 축제>
일시: 2005.5.21.(토) ~ 5.28.(토)
장소: 순천만과 동천 밀밭일대

..순천시민과 함께하는 우리밀 축제
5.21.(토) 오후2시~밤9시 팔마대교밑 에어로빅 광장

..순천만으로 떠나는 우리밀 축제
5.28.(토) 오전10시~오후5시 순천만 생태공원
문의: 순천생협(T: 061-723-9876~7)
www.icoo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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