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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생충박멸협회의 채변봉투…헌책 속 물건들

cassia 2005. 4. 20. 21:54

한국기생충박멸협회의 채변봉투…헌책 속 물건들

 

미디어다음 / 강민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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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생충박멸협회의 채변봉투
70년대나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채변봉투를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의 이름이 찍혀 있는 채변봉투. 그 위에 학교와 학년, 반, 이름을 적고 자신의 채변을 안에 넣어 학교를 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국가 보건사업의 ‘상징’이었다. 채변봉투를 넣어둔 헌책의 주인은 이 봉투를 잃어버려 선생님에게 혼줄이 났을지도 모른다.

한국기생충박멸협회의 채변...
10원짜리 지폐와 올림픽복권...
전보발신지
운전면허시험, 2종 보통 코...
미군럭키홀 모집광고

 

누구나 한 번쯤 헌책을 뒤적이다가 오래 전 추억이 담긴 빛바랜 물건과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물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물건과 마주친 순간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은 말들을 한꺼번에 듣는다. 추억은 이렇듯 조용하지만 수다스럽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는 헌책을 파는 곳이다. 책방의 이름은 ‘보물섬’. 보석처럼 귀한 오랜 지식들이 있는 곳이란 뜻일 게다. 그러나 헌책 속에는 지식이나 보석 못지않게 귀한 추억들도 담겨 있다. 2만여 권의 헌책 속에서 찾아낸 ‘추억의 물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10원짜리 지폐와 올림픽복권, 체육복권

요즘 젊은이들 중 10원짜리 지폐를 본 적이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84년과 93년에 발행된 올림픽복권과 체육복권의 모습은 한번쯤 봤을 법도 하다. 헌책 속에 복권을 넣어둔 것으로 보아 당첨된 복권들은 아닌 듯하다.

 

 전보발신지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보다 더욱 엄숙한 마음으로 새해를 기다립시다.' 야무진 다짐을 적어놓은 전보발신지. 누런 갱지로 만들어져 있는 이 종이 위에 예전 사람들은 '문자'를 적어 '날려' 보냈다. 요즘은 휴대전화가 문자를 보내주지만 당시에는 우체국이 문자를 보내줬다.

 

 운전면허시험, 2종 보통 코스조작요령

예나 지금이나 '국가고시'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치르는 시험은 운전면허시험이다. 우스갯소리로 국가고시 중에 운전면허시험이 제일 어렵다는 말들도 한다. 헌책 속에서 '2종 보통 코스조작요령'이라는 쪽지가 나왔다. 방향전환코스, 곡선코스, 굴절코스. 세세한 운전지침이 눈길을 끈다.

 

 미군럭키홀 모집광고

취직하기 어렵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나 보다. 신문의 모집광고를 찢어 헌책 속에 넣어두었던 이름 모를 사람. '미국럭키홀', '요정', '미장교클럽', '여차장'. 도대체 어느 곳에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19-25세, 초보 환영, 유니폼 줌'이라는 문구는 왠지 슬프게도 느껴진다.

 

   미군럭키홀 모집광고

취직하기 어렵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나 보다. 신문의 모집광고를 찢어 헌책 속에 넣어두었던 이름 모를 사람. '미국럭키홀', '요정', '미장교클럽', '여차장'. 도대체 어느 곳에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19-25세, 초보 환영, 유니폼 줌'이라는 문구는 왠지 슬프게도 느껴진다.

 

 전세금 6만 원짜리 임대차계약서

1978년 서울시 서대문구 응암동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계약서. 전세금이 6만원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 세로쓰기로 씌어진 모습이 눈길을 끈다.

 

 강인원 LIVE EVENT

1984년 4월 옛 서울고 자리 꿈나무극장에서 있었던 가수 강인원의 라이브공연 홍보 포스터. '라이브 콘서트'가 아니라 '라이브 이벤트'라고 적혀 있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영어선생님!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라는 문구는 무슨 뜻일까. 당시 사람들은 저 문구에 담긴 숨은 의미를 다 알고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