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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유

cassia 2005. 4. 20. 21:53
LONG

 일터로

오늘도 해녀는 물질을 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일터로 향하는 해녀들의 모습은 넓고 깊은 바다의 마음을 닮아있었다. <1980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추정(秋情)
손수 거둔 빨간 고추를 어머니는 초가지붕 위에 정성스레 널어 말린다. 지붕 위까지 올라가는 수고도 잊고 어머니는 고운 주홍빛 고춧가루를 얻을 기대에 정성스럽게 고추를 말린다. <1981년, 경북 의성군 다인면>

 

 쌍섶다리
할아버지는 노련하게 소를 몰고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아슬아슬하게 쌍섶다리를 건너는 정다운 모습. 우리 농촌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2004년,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녹원의 향
새벽에 맑은 이슬 담뿍 받고 자라 녹색의 빛은 한결 투명하다. 고운 녹차 새순 망가질세라 한 잎 한 잎 조심스레 따내는 아낙의 마음이 담겨 녹차의 향기는 더욱 은은하게 풍겨난다.<2000년, 전남 순천 보성읍>

 

 귀로
썰물 때를 맞춰 바지락을 캐는 짧은 시간, 민첩한 손놀림으로 분주하게 바지락 캐는 일을 마친다. 바지락 가득 담아 돌아오는 길은 고단한 길이지만 그 어떤 비단길보다 아름다운 길이었다. <1996년, 충북 태안군 황도리>

 

 귀가
농부는 고령읍 장터에서 소 네마리를 사던 날, 집으로 향하는 행복한 귀갓길. 마침 비를 만나 비닐을 눌러 쓰고도 싱글벙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1980년, 경분 고령읍>

ARTICLE

일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유

 

 

사진가 박원석씨가 30년 동안 담은 우리 농부와 어부의 모습
미디어다음 / 윤경희 통신원
이른 아침 소를 몰고 밭으로 향하는 농부, 넓은 바다를 벗 삼아 오늘도 변함없이 그물을 던지는 어부, 구부정한 허리를 이끌고 물질을 하러 바다에 들어가는 해녀.

많은 사람이 도시로 떠나 텅 빈 우리의 농촌, 어촌을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진가 박원석(67, www. pwsphoto.com )씨는 지난 30년 동안 농촌과 어촌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삶의 터전에서 일하는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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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벌판의 노부부는 행복하다
경북 건천면에서 청도로 가는 길목에 눈부시게 펼쳐진 황금빛 다락논. 다정한 노부부의 수손길이 다사롭기만 하다. <경북 건천면>

황금벌판의 노부부는 행복하...
귀향
개불잡기
작업
일터로

박씨는 1970년에 처음 사진을 시작했다. 아직 많은 사람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 박씨는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사진을 찍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시치미 뚝 떼고 팔을 걷어붙인 뒤 일에 끼어들기도 했고 일이 끝나면 막걸리도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조금씩 마음을 터놓았어요. 그 뒤에야 현장감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일터의 모습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잊지 못할 기억도 많이 생겼다. 예전에 갔던 시골에 다시 가보면 다정했던 노부부의 모습은 사라지고 할머니만 혼자 남아 농사를 짓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고기잡이 장면을 찍으러 배타고 바다에 나갔다 풍랑을 만나 죽을 고생을 하고 되돌아왔던 기억도 있다.

박씨는 사진을 찍어온 오랜 세월 동안 농촌과 어촌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박씨는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이 빠져나갔고 지금은 노인들만 남아 우리의 땅과 바다를 지키고 있다”며 “하루빨리 살기 좋은 농촌, 고수익이 보장되는 어촌을 만들어 농촌과 어촌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도 사진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박씨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많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겠지만 힘이 남아있는 한 사진을 계속 찍고 싶다”며 “일터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뿌린 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들의 얼굴, 인생의 희로애락을 아는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귀향

바다는 하늘과 구름과 나만이 있는 고요한 일터다. 고기잡이 어부는 뱃노래 흥얼거리며 유유히 노를 저어 포구로 향한다. <1978년, 경남 진해 송정리>

 

 개불잡기

개불잡기 하는 모습이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그물이 고무풍선을 연상하게 한다. <1986년, 경남 남해군 창선면>

 

 작업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멸치 건조 작업에 여념이 없다. <1993년, 경남 사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