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磬 小理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6>슈베르트의 ‘마왕’

cassia 2022. 11. 29. 10:56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6>슈베르트의 ‘마왕’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6>슈베르트의 ‘마왕’

슈베르트 '마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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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유년의 종식 알리는 비극

슈베르트 '마왕' 이미지

'마왕'은 괴테의 발라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슈베르트의 가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다. '마왕'은 한때 대학입시를 다룬 드라마의 시그널로 나와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드라마에서 '마왕'은 금지에 대한 유혹을 느낄 때마다 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드러내는 음악으로 나왔다.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와 마왕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욕망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괴테의 '마왕'은 서사를 가지는 민요풍의 발라드로 마법이나 초자연적 환상은 낭만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슈베르트는 원작을 면밀하게 분석해 성악 파트 이상으로 피아노에 치중했으며 인물들의 사실적이고 심리적인 묘사를 통해 시의 본질과 정신성을 표현했다. 또 선율이 반복되지 않는 통절형식으로 시의 내면 정서를 표현하며 가곡 예술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했다.

 

바람이 몰아치는 밤, 아버지와 아들은 말을 타고 달린다. 셋잇단음표의 빠른 연속음은 어둠을 헤치고 달려가는 말발굽 소리를 표현하고, 공포에 떠는 아들과 아들을 달래는 아버지, 유혹하는 마왕의 노래는 셋잇단음표의 연속음을 이중으로 재현한다. 구르는 듯한 피아노의 선율은 몰아치는 바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자연 속을 질주하는 인간은 낭만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여주며 자아를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괴테는 게르만 전설에 등장하는 식인귀와 덴마크의 서정시가 '엘프 왕의 딸'에서 주제를 따왔다. 그는 이것을 아버지와 병든 아들이 말을 타고 달리고 마왕이 아들의 목숨을 노리는 것으로 발전시킨다. 아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아버지는 두려움 떨치기 위해 전속력으로 말을 몬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이미 아버지의 품에 죽어 있었다.

 

마왕은 청각적인 존재로, 청각은 시각적인 요소보다 더 강력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마왕은 음성적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다. 유혹자라는 점에서 마왕은 세이렌과 같다. 그것은 아이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낯선 세계, 치명적인 이면의 세계를 제시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타카를 향해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스스로를 돛대에 묶는 방법으로 청각의 현란한 유혹에서 벗어난다. 그는 아폴론 축제에 사용하던 기타라를 연주해 아르고호의 선원들을 구한다. 기타라는 욕망을 누르는 구원의 악기이다. 귀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오디세우스의 이타카 귀환이나 아이의 죽음은 등가를 이룬다. '마왕'은 젊은 아버지의 이성적 에너지와 마왕의 사악한 요소가 대립하며 매력적인 예술을 창조해나간다. 마왕은 디오니소스적 환영이며, 이것은 양자를 종합하며 비극을 산출한다. 비극의 결말은 죽음이지만 미적 현상으로 정당화된다. 교양적인 인간은 비극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구원된다.

 

사실 '마왕'은 유년의 종식을 알리는 비극이다. 아이는 유년의 다정한 세계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어른으로 성장한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문화부 jebo@imaeil.com
대구매일신문 입력 2022-11-28(월) 

 

https://youtu.be/JS91p-vmSf0

이 영상은 낮에만 감상 하시기를....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