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이승우의 문장배달 - 조해진,「완벽한 생애」
조해진의 안벽한 생애를 배달하며,
소비하고 버린 쓰레기를 통해 그 지역 주민의 실태를 파악하는 쓰레기사회학(garbology)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쓰고 버린 물건들이 아니라 쓰고도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더 잘 말해준다.
그 물건들이 ‘당장 버려도 상관없는 것들’이라면 더욱.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숨기지 못한다. 집에 있거나 없는 물건들, 그것들이 놓인 자리와 모양, 사용한 흔적에 의해 드러나는 것은 집의 어떠함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의 어떠함이다. 사람이 집을 떠나 있을 때도 집은 충실한 집사처럼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처럼 그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집을 방문할 때마다 죽은 지 3년도 더 지난 어머니의 개 ‘다롱이’의 체취를 맡곤 했다. 집은 사람이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리기를 원하는 기억까지 가지고 있다. 사람의 내부에 집이 있다.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이다.
문학집배원 이승우 2022.1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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