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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문장배달 / 박연준, 「생각하면 좋은 것」 중에서

cassia 2021. 12. 9. 16:30

편혜영의 문장배달 / 박연준, 「생각하면 좋은 것」 중에서

 


박연준 ┃「생각하면 좋은 것」을 배달하며

     이 글을 읽는 동안 ‘생각하면 좋은 것’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셨을 테지요.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 나무 그늘에 놓인 의자, 바람에 일렁이는 느티나무 잎사귀, 밤 늦게 눈이 쌓이는 소리, 천천히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 한겨울의 마가목 열매, 강가의 반짝거리는 윤슬, 같은 곳을 보고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 이런 것들이요.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세상이 조금 더 반듯해 보입니다.
작가는 이 글 바로 옆에 ‘시를 쓰는 방법 중 한 가지’라는 작은 제목의 페이지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그 중 첫번째가 ‘생각하면 좋은 것의 목록을 작성해’보는 일이에요.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한 후에, 작가는 그것이 왜 좋은지, 어떤 마음으로 좋은지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러고 보면 시의 마음, 즉 시심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가만히 떠올려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생각할 때의 마음의 무늬를 세심히 살펴보고 그 마음에 어울릴 만한 말을 가만히 곁에 놓아두는 일. 그것이 시를 쓰는 첫번째 순서일 겁니다.

문학집배원 / 소설가 편혜영

작가 : 박연준
출전 : 『쓰는 기분』 (현암사, 2021) p.90-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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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학광장 2021.12.09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