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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문장배달 / 서장원, 「해변의 밤」 중에서

cassia 2021. 11. 16. 03:38

편혜영의 문장배달 / 서장원, 「해변의 밤」 중에서

 

 

서장원 ┃「해변의 밤」을 배달하며

 

사는 동안 뭔가를 잃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볼펜이나 메모지 같은 자잘한 것은 물론이고 시계나 지갑, 반지 같이 제법 의미 있는 물건도 종종 잃어버립니다. 신용카드나 노트북, 신분증 같이 분실하면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물건을 분실할 때도 있고요. 뭔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간혹 잃었다 여긴 것이 운 좋게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가방을 공원 벤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깨닫고 달려갔는데,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때도 있고, 누군가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주어 찾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잃어버린 모양이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익숙한 장소에서 문득 눈에 띌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어떤 것은 한번 잃으면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음이나 관계가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잃는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고, 돌이킬 수 없어지고 나서야 영원히 그 사람을 잃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런 상실감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후벼팝니다. 손 쓸 수 없으니 잃어버린 마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삶이 빠져나가듯 아팠던 마음이 다시 떠오르는 소설입니다.

 

문학집배원 /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서장원

출전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다산북스, 2021) p.112-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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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학광장 2021.11.11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