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누리

편혜영의 문장배달 / 윤경희, 「빵집의 이름은 빵집」

cassia 2021. 11. 25. 18:23

편혜영의 문장배달 / 윤경희, 「빵집의 이름은 빵집」

 

 


윤경희 ┃「빵집의 이름은 빵집」을 배달하며

 

이 글을 읽자니 제가 무척 좋아하는 빵집이 떠오릅니다. 인구 적은 소도시, 한적한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빵집인데, 그 가게의 이름도 ‘빵집’이에요. 저 역시 처음에는 숙소 근처라 우연히 가게에 들렀고, 먹어 보니 빵이 너무 맛있어서 머무는 동안 날마다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올 즈음에야 무심코 간판을 올려다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간판 중앙에 크게 “빵집” 이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어쩌면 세상의 작고 적요한 골목길에는 이름이 ‘빵집’인 근사한 빵집이 하나씩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거리의 소음이 잦아든 모퉁이에서 달콤하고 따뜻한 냄새로 사람들을 모으고, 빵의 재료나 생김새로 이름을 지어 붙이고, 인상 좋은 주인이 막 오븐에서 따뜻한 김이 나는 빵을 꺼내놓는, 그런 빵집이요.
여행지에서 대개의 빵집은 산책을 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갓 구운 빵이 진열된 장식장이 보이거나 어디선가 달콤하고 따뜻한 냄새가 나면 간판을 보지 않아도 빵집인 걸 알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빵’은 굳이 다른 이름을 지어 간판으로 붙일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완전하고 자족적인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빵의 이름을 죽 읊어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문학집배원 /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윤경희

출전 : 『분더카머』 (문학과지성사, 2021) p.113-p.115

 

▲ 책클릭 要

 

출처 / 문학광장 2021.11.25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