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양말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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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 「양말들」을 배달하며…
화자인 '나'는 젊은 여성인데, 아, 넋이네요.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아직 분향실이니까요. '후'라는 사람이 조문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후'는 '나'와 '김'의 결혼 축가를 부르기로 약속했던 강릉 남자입니다. 그런데 '나'의 결혼은 취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인이 되고 맙니다. 축가는 부르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던 것, 그리고 그가 '나'를 강릉에서 양재역까지 차로 한 번 바래다주었던 것, 인연이었다면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실은 서로가 서로에게 그 이상의 감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지요. 죽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유혼이 되어 그의 곁에 투명하게 앉게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네요.
시차라는 말과 계차라는 말이 나옵니다. 격차 편차 성차 오차 낙차 등의 말도 있지요. 크든 작든 '차이'라는 것은 인용된 소설문장에서처럼, 때론 저토록 운명적으로 빗나가고 마는 사연을 애틋하게 빚어내기도 하는군요.
문학집배원 소설가 구효서 2019-06-20 (Thurs)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출전 : 윤고은 소설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문학동네. 31~32쪽.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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