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우드 앤더슨,「숲 속의 죽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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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우드 앤더슨, 「숲 속의 죽음 」을 배달하며
노파가 잠든 언덕 꼭대기란 노파가 사는 마을과 읍내 사이에 있는 산등성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노파는 평생 그 언덕을 수도 없이 넘나들며 읍내 정육점에서 동물의 뼈와 간 따위를 거저 얻어다가 불량배인 남편과 아들을 위해 스프를 끓이고 정성스레 짐승을 먹였습니다. 남편과 아들로부터 종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지만 한 번도 행복한 삶을 누려본 적이 없는 노파는 묵묵히 억척같이 오로지 집안의 생명들을 먹이고 이웃의 개도 먹여 살립니다. 오죽하면 이웃의 개가 주인도 아닌 그녀를 따라 읍내까지 갈까요. 이 날도 읍내 정육점에서 한 자루 가득 얻은 무거운 짐을 지고 언덕을 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눈 덮인 언덕의 한 공터에서, 잠자듯, 생을 마감하는군요. 달이 뜬 겨울밤, 알 수 없는 개들의 저 제망(祭亡)의식이, 소설문장에서처럼 기묘하기만 합니다.
문학집배원 소설가 구효서 2019-07-04 (Thurs)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출전 : 셔우드 앤더슨·천승걸 옮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2』. 도서출판 살림. 64~65쪽.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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