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김경인, 「종이 상자」

cassia 2018. 10. 16. 19:49

김경인, 「종이 상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경인|「종이 상자」를 배달하며…


제가 존경하는 철학자 한 분은 부엉이 목각인형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세요.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새입니다. 그래서 철학자들의 새로 알려져 있지요. 선생님 서재에서 여러 나라의 예쁜 부엉이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에세이스트 데이비드 실즈의 말이 떠오릅니다. “지혜는 없다. 많은 지혜들이 있을 뿐이다. 아름답고 망상적인…”*
여행 중인 지인분들이 이국의 작은 골목 가게에서 부엉이 인형을 발견할 때면 당신 생각이 난다며 꼭 사들고 오신대요. 선생님은 부엉이도 좋지만 먼 곳에서 당신을 떠올리며 가져온 그 마음이 더 좋으시다고.
한 사람을 위해 먼 곳에서부터 긴 시간을 달려온 마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잔디밭에 풀이 있는 여름을 지나, 그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을 지나, 무수한 모양으로 구름들이 흩어지는 모든 계절을 지나 당신을 찾아온 마음이 있어요. 종이 상자처럼 찢기기 쉬운 것을 오래도록 들고 온 마음. 그런 내 마음을 당신도 알지요?


*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김명남 옮김, 책세상, 2014. 클릭要


문학집배원 시인 진은영 2018.10.11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품 출처 : 김경인 시집,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민음사. 2012

.

클릭要

 

'시와 憧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장욱, 「괄호처럼」  (0) 2018.11.08
배수연, 「청혼」  (0) 2018.10.25
송승환, 「클로로포름」  (0) 2018.09.27
곽재구, 「사랑이 없는 날」  (0) 2018.09.13
정끝별, 「오리엔트 금장손목시계」  (0) 20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