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곽재구, 「사랑이 없는 날」

cassia 2018. 9. 13. 04:36

곽재구, 「사랑이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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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곽재구 시집, 『와온 바다』,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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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사랑이 없는 날」을 배달하며…


사랑이 없는 날은 불화하는 날, 반목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려면 열렬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소란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 없는 날의 고요는 웬일인가요? 들끓은 마음 없이도 홍매화와 목련은 어울리고 은서네 피아노학원과 종점 세탁소 사이 집으로 가는 길은 정답군요. 무슨 병은 없는지, 별고 없으신지 간간이 소식을 묻고 전하는 마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그런 자유의 순간을 예감하는 것 같아요. 물론 ‘겨울을 이겨내는 봄’처럼 대립과 극복의 비유가 우리 삶에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부정이든 긍정이든 세상을 무엇과 무엇의 관계 속에 잡아두려는 마음 너머에서도 무언가 아름답게 존재합니다. 승객을 다 내려주고 홀로 가는 버스와 홀로 눈 쌓인 언덕길과 저 홀로 빛나는 초승달처럼.


문학집배원 시인 진은영 2018.09.13(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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