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장욱, 「괄호처럼」

cassia 2018. 11. 8. 14:46

이장욱, 「괄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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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괄호처럼」을 배달하며…

 
   문장을 쓰고 나서 괄호를 치면 안전한 기분이 듭니다. 포옹하는 기호처럼 느껴지거든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인간의 최초의 몸짓은 포옹”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아기들은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손을 허우적댑니다. 노인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팔을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해요. 이 “두 번의 날갯짓 사이에서” 우리의 삶이라는 여행이 지나갑니다.*
     시인의 섬세하고 예민한 시선은 두 팔의 포옹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는 포옹의 여러 양상을 보여줍니다. 눈꺼풀을 열어 네 모습을 부드럽게 안기, 입 속에서 신선한 과일을 씹으며 날카롭게 안기. 누군가에게 숨 막히게 안기거나 구덩이 같은 절망에 안기기도 하면서 응시와 소화와 사랑과 절망의 포옹으로 가득한 생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포옹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이 자세를 오래 유지하려면 기념일이나 기념반지 같은 것이 필요해요. 마지막 숨결 속에서 허공을 향해 우리의 포옹이 풀리기까지.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시간의 목소리』, 후마니타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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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시인 진은영 2018.11.08(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품 출처 : 이장욱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학과 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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