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지상의 방 한 칸」 김사인

cassia 2018. 4. 6. 05:25

지상의 방 한 칸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 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출처 / 김사인 시집 「짐밤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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