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29)「30」[분홍장구채]

cassia 2016. 10. 19. 19:07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30」[분홍장구채] 절벽서식 3대 야생화로 불리는 '멸종위기종'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6.10.19 10:53 월간 [564호] 2016.10


서식지 접근 어렵고 촬영도 쉽지 않아… 꽃받침이 장구같이 생겨 명명
 

가파른 바위절벽 틈새에 유달리 눈에 띄는 꽃이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남부지방에는 아예 없고, 강원도와 경기도 이북에만 서식한다. 멸종위기종 II급으로 지정된 야생화다. 꽃으로나 형체로나 그 아름다움은 뽐낼 만하다. 이름은 분홍장구채. 꽃받침이 장구같이 생겼고 꽃이 분홍색을 띤다고 해서 분홍장구채로 명명됐다. 꽃말은 동자의 웃음.


분홍장구채의 대표적인 특징은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멸종위기종이라 개체수도 많지 않다. 올라가기 힘든 바위 틈새에서 커봤자 최대 30cm로 자란다. 우연히 목격되면 조심스레 올라가 고개를 쳐들고 렌즈를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원경으로 미리 현장을 살핀 후 촬영 포인트를 잡아야 할 정도다. 그래서 동강할미꽃, 둥근잎꿩의비름과 함께 절벽서식 3대 야생화로 불리기도 한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2012년 8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직후 강원도 춘천 인근의 바위 절개지에서 서식하는 분홍장구채를 처음 발견, 렌즈에 담았다.


전국의 야생화 사진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문순화 사진작가도 한 번밖에 본 적이 없는 야생화에 속한다. 그것도 몇 번이나 답사 끝에 겨우 찾아 필름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분홍장구채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기 전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이 “분홍장구채 자생지를 확인하러 현장에 같이 가자”고 해서 나서게 됐다. 당시 이영노 박사에게 “분홍장구채가 어디서 자생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탄강 인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래 식물학자들은 말이 별로 없다. 현장 확인하러 가고, 자생지 확인하고 돌아오면 그뿐이다.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경우가 절대 없다. 한탄강이 어디 아는 사람 집도 아니고 ‘서울서 김서방 찾기’같이 주변 상세정보 하나 없이 한탄강으로 향했다.


문 작가는 현 소장과 함께 하루 종일 한탄강 인근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분홍장구채와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하고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지인한테 춘천 근처에 서식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며느리고개를 넘어 산 근처 바위에 자생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지인들과 함께 눈길 한 번 마주치기 위해 나섰다.


며느리고개를 몇 번 돌았는지 모른다. 어느 바위인지도 몰라 눈에 띄는 바위는 모조리 올려다봤다. 아침 일찍부터 나선 발걸음이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같은 멸종위기종인 독사와 구렁이는 몇 번 목격했는데 분홍장구채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허탕인가’ 싶었다.


포기하고 내려오던 차 바위 절개지에 분홍빛을 띤 야생화가 유달리 눈에 들어왔다. 살포시 다가가 렌즈에 담았다. 마침 길을 내느라 절개지를 만들어 비교적 수월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문 작가가 본 처음이자 마지막 분홍장구채였다.


문 작가가 수십 년간 야생화 사진을 찍으면서 고 이영노 박사에게 배운 철칙은 야생화 사진은 반드시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사진만 가지고 자랑하면 절대 믿지 않는다. 위치와 좌표를 확인하고, 즉시 현장 답사를 간다. 그리고 렌즈에 담아 보관한다. 그렇게 만든 야생화 사진만 수만 장이다. ‘야생화계의 김정호’다.
원색도감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산지 양지 바른 바위틈에서 자란다. 밑에서 굵은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자라기 때문에 원줄기가 비스듬히 누워서 자란다. 마디가 굵고 전체에 꼬부라진 털이 빽빽하다. 잎은 긴 달걀 모양이거나 바소꼴이며 마주난다. 또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뾰족하다. 밑부분이 좁아져 잎자루처럼 보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져 포와 연결된다. 꽃은 10〜11월에 붉거나 분홍색으로 피며, 가지 끝에 산형상(傘形狀)으로 달린다. 꽃받침은 통처럼 생기고 겉에 10개의 맥이 있으며 끝이 5개로 갈라진다. 꽃잎은 5개이고 끝이 얕게 갈라지며 암술대는 2〜4개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꽃받침통 안에 들어 있다. 종자는 검은색으로 신장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돌기가 있다. 한국(중부 이북), 중국 북동부 만주에 분포하며,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학명 Silene capitata Komar
생물학적 분류
식물계(Plantae)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석죽과(Caryophyllaceae)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2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산 [564호] 20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