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27)|산작약]

cassia 2016. 7. 29. 18:58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27)|산작약] 약용으로 쓰여 남획된 희귀종이자 멸종위기종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6.07.29 13:18   월간 [561호] 2016.07


꽃 화려한 변종 많아 집에서 재배하기도… 서식처 발견 쉽지 않아
 

산작약(山芍藥), 이름도 이상하다. 이름이 이상하고 비슷한 이름도 많아 사람들이 착각도 많이 한다. 어디서 본 듯하지만 실상은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가 아니다. 뿌리의 약용성이 뛰어나 많은 약초꾼들이 남획, 1989년 일찌감치 환경부 특정 야생식물로 지정됐고, 2005년 3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Ⅱ급으로 지정됐다.


산작약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산에서 함박꽃 마냥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뿌리는 약용으로 쓴다고 해서 산작약이라 명명됐다. 사람들은 작약과 백작약·호작약 등과 착각을 한다. 산작약은 붉은 꽃을 피우지만 백작약은 흰색 꽃을 피운다. 이 점이 산작약과 백작약의 결정적 차이다. 호작약은 작약의 변종이다. 꽃이 다양하며, 집에서 재배도 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약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라 여긴다.


식물분류학 박사 현진오 동북아식물다양성연구소장은 “보라빛깔 붉은 꽃을 피우는 산작약만 흔히 산작약으로 분류되고, 흰색은 백작약, 다른 다양한 색깔의 꽃은 작약에 속한다”며 “특히 변종에 속하는 작약은 집에서 재배가 가능하고 꽃도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산작약이라는 야생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산작약은 800m 이상 산에서 붉은 꽃을 피우는 야생화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2005년 강원도 영월 숲 속에서 본 보라빛을 띤 붉은색 산작약의 예쁜 자태.

 

문순화 사진작가가 산작약을 처음 본 것은 남한에서가 아니다. 1992년쯤 식물분류학자 고 이영노 박사와 백두산에 갔을 때였다. 당시 백두산의 월별 식생을 사진으로나마 보관하기 위해 수시로 방문했다. 문 작가는 거의 10번쯤 백두산에 갔다. 그때는 5월 말쯤이었다. 백두산 이도백하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 길옆에 붉은 꽃이 유달리 눈에 들어왔다. 이 박사를 보며 “여기 붉은색 꽃이 있다”고 하자, “산작약이니 사진을 잘 찍어 둬라”고 말했다. 평소 말을 아끼는 이 박사도 그 날은 한마디 했으니 당연히 특별한 꽃으로 여겨 정성껏 렌즈에 담았다.


그런데 붉은색 산작약 꽃의 자생지를 알고 있거나 사진으로라도 보관하고 있는 야생화 작가가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하나의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 야생식물 책자를 발간하기로 했다. 산작약도 당연히 포함됐다. 구하기 쉬운 흰꽃의 작약, 즉 백작약이 산작약으로 둔갑한 사진이 멸종위기종으로 표시돼 있었다. 모든 사람이 모르고 넘어갔다. 환경부 담당 공무원도 모르고 넘겼고, 교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 마지막 교정본까지 나왔다. 그리고 멸종위기종 홍보 책자에 흰색의 산작약 사진이 버젓이 출판됐다.


누군가 이를 보고 “산작약은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이고, 이 사진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서 부랴부랴 붉은색 사진을 찾느라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혹시 문순화 사진작가에게 물어 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작가에게 환경부 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산작약에 대해 알고 싶고, 혹시 사진을 보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갖고 있다”고 하자, “당장 좀 만나자”고 재촉했다. 바로 만나서 필름을 건네 줬다. 재판 멸종위기종 홍보책자에는 제대로 된 붉은색 산작약이 실렸음은 물론이다. 이로 인해 문순화 사진작가는 환경부 멸종위기종 사진위원으로 10여 년 활동하는 계기도 됐다.


문 작가는 남한에서 산작약 서식지를 2군데서 확인했다. 하지만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워했다. 한 곳은 2005년 5월 영월 장릉숲에서였다.


다른 곳은 평창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깊은 계곡 옆에 두 개체를 목격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산작약 꽃말은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만개했다가 햇살 비추면 꽃잎을 오므린다고 해서 ‘부끄럼’, ‘수줍음’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온과도 관련된다. 그래서 학명에 Peony가 포함된다.


다년생 초본이고 높이는 40~50cm. 꽃받침은 3개, 꽃잎은 5~7개. 뿌리를 약용으로 쓴다. 활혈작용, 종기와 악창치료, 부인병 치료에 효과 있다고 한다.


학명 Paeonia obovata Maxim

현화식물문(Magnoliophyta)

목련강(Magnoliopsida)

딜레니아목(Dilleniales)

작약과(Paeoniaceae)

작약속(Paeonia)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2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월간 山 [561호] 20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