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정호승「수선화에게」(낭송 : 정호승)

cassia 2016. 12. 8. 05:22

정호승「수선화에게」(낭송 : 정호승)

 

 

 

정호승,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시·낭송 / 정호승 -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등과 동화 『연인』『항아리』『모닥불』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함.

● 출전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 음악 / 심태한

● 애니메이션 / 정정화
● 프로듀서 / 김태형
 

정호승「수선화에게」를 배달하며


 

얼굴을 흥건하게 덮는 눈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지요. 그러니 슬픔과 고독은 우리 대다수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슴 속에 소유하게 된 것이지요. 마치 하늘을 비행하는 조류들이 폐 속에 공기주머니를 차고 태어나듯이.
우리는 잠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고, 발목을 걷고 매일매일 물을 건너가지요. 어느 때에는 내가 허술해 보이고, 가는 앞길에 빛이 없어 보이고, 서 있는 곳마다 빈터 같기도 하지요. 이 모든 일은 유독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가슴검은도요새에게도 심지어 하느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지요. 울고 있는 사람을 보거든 그 곁에 함께 앉아 등을 토닥여주며, 우리, 그렇게 이곳을 살아요.

 

문학집배원 문태준 2009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