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문태준, 「우리는 서로에게」(낭송 박리나)

cassia 2016. 10. 28. 04:18

문태준, 「우리는 서로에게」(낭송 박리나) 2016-10-27 (목)

 

 

 

우리는 서로에게

 

문태준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
남을 온기
움직이는 별
멀리 가는 날개
여러 계절 가꾼 정원
뿌리에게는 부드러운 토양
풀에게는 풀여치
가을에게는 갈잎
귀엣말처럼 눈송이가 내리는 저녁
서로의 바다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파도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
날마다 석양
너무 큰 외투
우리는 서로에게
절반
그러나 이만큼은 다른 입장


- 출처 :   《창작과비평》2016년 가을호.

 

 

문태준의 「우리는 서로에게」를 배달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관계일까’를 계속 생각해보게 하는 아프게 아름다운 시입니다.
며칠 전, 바깥일을 보고 잠깐 쉬러 집에 왔을 때의 일입니다. “집이 누구 지시오? 집이 누구 지시오?” 아흔 넘으신 가춘(양봉순) 할매가 저를 찾았습니다. “집이는 밤낭구랑 대추낭구랑 읎지?” 몇 번을 싸우다 여남은 개 밤과 대추만 받고 겨우 가춘 할매를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렇듯 서로에게 ‘온기’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때로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너무 큰 외투”가 되어 어색해지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멀리 가는 날개”가 되는 가을 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일게요.

 

문학집배원 박성우 2016-10-27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