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손 세실리아,「갠지스강, 화장터」(낭송 나지형)

cassia 2016. 9. 21. 00:31

손 세실리아,「갠지스강, 화장터」(낭송 나지형)

 

 

 

손 세실리아,「갠지스강, 화장터」


다홍 천 턱까지 끌어올리고
장작더미에 누운 여자
기척도 없다
불길 잦아들도록 끝끝내 이글거리던
가슴뼈와 골반
회(灰)가 되어 허물어진다 한 때
소행성과 대행성이 생성되고
해와 달과 별이 맞물려
빛을 놓친 적 없던
여자의 집,
감쪽같이 철거당했다
한우주가 사라졌다


시_ 손세실리아 – 북 정읍에서 태어나, 2001년《사람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기차를 놓치다』, 『꿈결에 시를 베다』와 산문집『그대라는 문장』이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출전_ 기차를 놓치다 『기차를 놓치다』(애지)
음악_ 07-A Simpler Time 중에서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손 세실리아,「갠지스강, 화장터」를 배달하며


힌두(Hindu)의 삶은 갠지스에서 시작되고 갠지스에서 끝난다. 갠지스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세례로 시작하여 그 강에 회로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물로 시작하여 불로 끝을 맺는 제전이다.

이 시는 장작더미에 누워 화장을 기다리는 여자의 자궁속의 해와 달과 별이 맞물리는 윤회와 인연을 포착하고 있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 진행되던 생명의 달거리, 소행성과 대행성을 품었던 생명 원류로서의 여자의 집! 이 시는 그것이 장작더미 불길에 의해 감쪽같이 철거되고 한우주가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 말라! 갠지스에 뿌려지면 죄는 사라지고 다시 생명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 장엄한 회귀를 위해 그녀의 발목에 화장의 삯으로 은발지가 걸려있었을 것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