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정종영 선생님의 어린이 글쓰기 교실] 27. 그림 그리기=글쓰기

cassia 2016. 8. 22. 16:47

[정종영 선생님의 어린이 글쓰기 교실]

27.그림 그리기=글쓰기  2016-07-21

 


‘묘사’란 사람이나 사물, 현상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사람을 표현하면 ‘인물 묘사’로,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을 표현하면 ‘풍경 묘사’로 부른다. 그런데 ‘묘사’의 뜻을 잠시 살펴보면, 특이한 점 하나가 있다. 바로, ‘묘사’란 행위가 ‘글쓰기’뿐 아니라 ‘그리기’에도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연 ‘글쓰기’와 ‘그리기’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며칠 전, 어느 초등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여학생 한 명을 앞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이 아이의 얼굴 모양을 그려보라고 했다. 이때, 아이들을 두 모둠으로 나눴다. 한 모둠은 그림을 그리고, 다른 모둠은 그림 그리는 행동을 관찰하게 했다.
아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얀 종이에 여자아이 얼굴을 그렸고, 나머지는 옆에서 동작을 살폈다.
관찰했던 아이들에게 그림 그렸던 순서를 물었다. 차이가 조금 있긴 했지만, 아이 대부분은 “얼굴, 눈, 코, 입, 머리카락 순서”라고 했다. 필자는 이것을 칠판에 적었다. 이번에는 얼굴, 코, 입, 머리카락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시 물었다. 아이들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목청을 키우며 본 것을 말했다. 필자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칠판에 그대로 적었다.


갸름한 얼굴에 포도알 같은 눈동자, 오뚝 솟은 코와 앵두같이 붉은 입술, 버드나무 잎처럼 늘어진 기다란 머릿결, ………(신체 각 부분의 관찰 결과)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인물 묘사를 훌륭히 해냈다. 그림 그렸던 순서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인물 묘사의 마무리 방법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바로, 맨 끝에 전체 느낌을 정리하는 한 문장을 적고 마무리하는 팁이었다. 이렇게 표현하자, 예쁜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갸름한 얼굴에 포도알 같은 눈동자, 오뚝 솟은 코와 앵두같이 붉은 입술, 버드나무 잎처럼 늘어진 기다란 머릿결, 한눈에 보아도 깜찍한 꼬마 숙녀였다. ……… (전체 느낌을 정리하는 한 문장)


‘묘사’의 의미처럼, ‘글쓰기’와 ‘그리기’는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비슷하다. 대부분의 아이는 ‘쓰기’보다 ‘그리기’에 더 익숙하다. 이것을 글쓰기에 응용해보는 것이다. 대상을 관찰하면서 그림 그리는 순서에 따라 적기만 해도 정확하고 생동감 넘치는 문장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정종영 동화작가·영남아동문학회 회원 didicat@naver.com

[출처] 주간매일 2016년 07월 21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