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정종영 선생님의 어린이 글쓰기 교실] 24. 유행처럼 번지는 잘못된 어법!

cassia 2016. 8. 22. 16:40

[정종영 선생님의 어린이 글쓰기 교실]

24.유행처럼 번지는 잘못된 어법!  2016-06-30 

 


“개쩔어.” “개맛있다.” “개좋아.”
요즘 대화 속에 이런 단어가 자주 나타난다. 카카오톡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s) 속 대화도 비슷하다. 유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흥미롭겠지만, 반대인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우리말 제대로 알기


 단어의 사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이런 어투를 자주 쓰다 보면 습관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길어지고 대중에게 퍼져나간다면 결국 잘못된 어법이 표준어로 바뀔 가능성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이런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기보다, 서로 같이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먼저 아이들에게 접두사 ‘개-’에 대해 조사하라고 숙제를 냈다. 이 말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바른 글쓰기를 강조하던 선생이 갑자기 자신들이 사용하는 유행어에 대해 알아오라고 하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일주일 뒤, 아이들은 ‘개-’가 들어간 단어와 접두사 ‘개-’의 용법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왔다. 아이들이 발표하는 동안, 필자는 아이들이 조사한 자료를 정리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필자는 정리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일기 형식으로 써보게 했다.


◆접두사 ‘개-’의 용법


①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개꿀, 개떡, 개살구, 개철쭉.


②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죽음.


③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개망나니, 개잡놈.
아이들이 주로 쓰는 ‘개-’가 붙은 단어는 ‘③’의 용법에 해당했다. 이런 경우, 부정적 뜻을 가진 단어에 접두사 ‘개-’를 써야 하지만, 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이런 규칙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갖다 붙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이 흐른 후, 아이들 대화 속에서 접두사 ‘개-’의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 아이들은 이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 습관! 쓰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정종영 동화작가·영남아동문학회 회원 didicat@naver.com
 
[출처] 주간매일 2016년 06월 30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