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권혁웅,「적어도 우리가 한 번은 만났다 - 야생동물 보호구역 1」(낭송 황종권)

cassia 2015. 10. 20. 07:46

권혁웅,「적어도 우리가 한 번은 만났다 - 야생동물 보호구역 1」(낭송 황종권)

 

 

 

권혁웅,「적어도 우리가 한 번은 만났다 - 야생동물 보호구역 1」

 

심야의 고속버스 앞유리는 평면도로 펼쳐 좋은
로드킬이다
시속 100킬로로 나방과 사슴벌레, 하루살이 등속을
던져서 그린 액션 페인팅이다
적어도 한 번은 우리가 만났다는 거다
네가 온다면 반드시 내가
마중 나가겠다는 거다


시_ 권혁웅 -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소문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를 냈다. 비평집 『미래파』 『입술에 묻은 이름』, 이론서『시론』 등이 있다.

낭송 - 황종권 - 시인. 1984년 전남 여수 출생.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팝나무에 비 내리면」이 당선되어 등단.

출전_  『소문들』(문학과지성사)
음악_ 권재욱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권혁웅, 「적어도 우리가 한 번은 만났다 - 야생동물 보호구역 1」을 배달하며

 

속도 앞에 덧없이 산화하는 생명이 어찌 나방과 사슴벌레 하루살이 뿐일까. 야생과 문명의 충돌은 꼭 반생명이어야 할까. 그리고 선연과 악연의 되풀이는 언제까지일까. 

 

심야, 고속, 로드 킬, 액션 페인팅 등의 시어가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강하게 눈을 찌른다. 특히 “야생동물 보호구역1” 이라는 부재가 상상을 제한하는가 싶으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누가 누구를 감히 보호한단 말인가? 나방, 사슴벌레, 하루살이...그들도 땅위에 초대받은 동등하고 귀하고 존엄한 생명들이다.

 

지금 우리가 견디는 이 속도는 재앙의 속도이고, 이 액션 페인팅의 평면도는 지옥도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바람&별이 쉬어가는 뜨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