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양애경, 「조용한 날들」(낭송 황혜영)

cassia 2012. 5. 14. 02:44
    양애경, 「조용한 날들」(낭송 황혜영) 양애경, 「조용한 날들」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둥당거리던 기타 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시_ 양애경 - 1956년 서울 출생.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등이 있음. 현재 공주영상대학교 방송영상스피치과 교수로 재직 중.   낭송_ 황혜영 - 배우. 연극 〈타이피스트〉, 〈죽기살기〉, 등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하모니〉 등에 출연.   출전_ 『맛을 보다』(지혜)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송승리   프로듀서_ 김태형  양애경, 「조용한 날들」을 배달하며 시인은 현재 행복하고 평화롭다. 행복이라는 말과 평화라는 말은 커다란 철학적 주제가 될 만하게 거창한 말들이지만 그 속살은 소박한 것이다. 행복과 평화, 이 이상적 상태는 대단한 것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잘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쟁은 참혹한 것이지만 전쟁 이야기를 읽는 건 평화. 「조용한 날들」은 평화로운 그림인데 가슴이 뭉클하게 만든다. 보통의 사람들은 대개 시인이 들려주는 것과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다. 그 기억이 건드려진다. 나도 행복했었지, 평화로웠지. 끄덕끄덕끄덕. 참 좋은 시다. 그림이 확 그려진다.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지구가 농협마트의 카트 바퀴처럼 돌돌돌돌돌 순탄하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행복이나 평화는 어떤 조용함이다. 마지막 연이 보여주는, 가는 세월의 안타까움이 마무리로 톡 떨군 향긋한 식초 한 방울처럼 「조용한 날들」의 맛을 돋군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