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하, 「빈 들판」(낭송 김근)
이제하, 「빈 들판」
빈 들판으로
바람이 가네 아아
빈 하늘로
별이 지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 없이
나를 부르네
어쩌나 어쩌나
귀를 기울여도
마음속의 님
떠날 줄 모르네
빈 바다로
달이 뜨네 아아
빈 산 위로
밤이 내리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 없이
나를 반기네
● 시_ 이제하 - 1937년 밀양 출생.
소설집 『초식』, 『기차, 기선』, 『용』, 『어느 낯선 별에서』, 장편소설 『열망』,
『소녀 유자』, 『진눈깨비 결혼』, 『독충』, 『능라도에서 생긴 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 『빈 들판』, 소묘집 『바다』,
CD 〈이제하 노래모음〉 등이 있음.
현재 카페 〈마리안느〉를 운영하며 개인전시회 그림 작업 중.
● 낭송_ 김근 - 시인. 1973년 전라북도 고창 출생.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이월」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가 있음.
● 출전_ 『빈 들판』(나무생각)
● 음악_ 이제하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김태형
이제하, 「빈 들판」을 배달하며
감히 말하건대 나는 이제하 선생님의 친구다.
시나 삶이나 허심탄회, 천의무봉인 그 어질고 아름다운 음유시인과
같은 시대에 살며 가까이 뵙고 지내니 고마운 일이고 영광이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어쩌면 다들 그렇게 짧은 시간을 살다 갈 거면서
저마다 그토록 영겁 같은 고통과 고독을 안고 있는지.
서릿발 같은 맥놀이 속에서 얼어붙어 갈 때 「빈 들판」이
먼 하늘 햇살처럼 나려왔다. 노래 「빈 들판」의 선율에 실려.
“빈 들판으로/바람이 가네 아아//빈 하늘로/별이 지네 아아”
글자로 보니 ‘아아’가 탄식하는 간투사일 뿐 아니라 바람이 가고 별이 지면서
짓는 의태어다. 탄식의 모양을 붓질하듯 그린 의태어.
나는 자잘한 일상사에 마음이 매여 있고 이사도 여행도 질색이어서 몸은 붙박여 있다.
고통은 사람을 크게 한다지만 편협한 사람은 더 움츠러들 따름이다. 그런 내게 「빈 들판」은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는 삶과 풍상의 아름다움을 흘긋 보여준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