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곽재구, 「새벽편지」(낭송 김안)

cassia 2011. 9. 26. 15:35
    곽재구, 「새벽편지」(낭송 김안) 곽재구, 「새벽편지」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시_ 곽재구 -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사평역에서』,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 산문집 『포구기행』, 『예술기행―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동화집 『아기 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등이 있음. 신동엽 창작기금과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_ 김안 - 시인.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출전_ 『전장포 아리랑』(민음사) 곽재구의 「새벽편지」를 배달하며 곽재구 시인의 마음의 본향은 자연입니다. 꽃, 별, 나무, 우주, 바람……. 이런 단어들이 시인의 오장육부를 이루고 살과 피를 이룬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인간도 자연인데, 우리는 우리의 ‘자연 됨’을 자주 잊어버리고 살지요. 시를 통해 자연의 언어와 만나는 일은 스스로 자연임을 잃어버린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유지하는데 중요합니다. 우주와 자연의 아름다운 비밀들을 품은 착한 언어들에 대하여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날카롭고 폭력적인데 둥글고 부드럽고 착하기만 한 서정이 무슨 힘이 있을까요, 라고. 지상의 모든 시인에게는 시인 각자마다의 몫이 있는 법. 누군가는 이런 서정을, 이 맑음과 지극히 선한 언어의 투명을 지켜가야 하는 거지요. 세상의 포악함을 몰라서 착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포악할수록 더더욱 우리가 돌아갈 근원의 심성을 잃지 않기 위해 서정은 고통 속에 서 자신의 영역을 지킵니다. 이 시의 중간쯤에 배꼽처럼 박혀있는 저 단어, ‘고통하는 법’이라는 시어를 사랑합니다. 흔히들 ‘고통스럽다’라는 형용사에 익숙한 고통이라는 말이 ‘고통하다’가 되는 순간 이 말은 동사가 됩니다. 형용사보다 능동적으로 아프기 시작합니다. ‘고통하는’ 순간 별과 사랑과 새소리와 꽃향기가 ‘교통하’고 ‘소통하’며 강력한 지향을 만듭니다. 고통하는 스스로를 거쳐 나온 사랑의 메시지를 세상의 벗들과 함께 하렵니다.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의 샘이 있음을 부디 더욱 강렬히 상상하시길. 이것은 우리의 영혼을 스스로 지키는 지난한 싸움의 한 장면입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