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 - 최정례

cassia 2010. 7. 12. 04:02
    최정례,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낭송 최정례) 호텔 캘리포니아 한동안 그 노래에 갇혀 흥얼거렸지 콜리타꽃 향기, 희미한 불빛, 내 머리를 만져주듯 한 여자 문 앞에 서 있었고 그순간 멀리서 종소리도 울려 왔고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는가 대전역쯤의 플랫폼인 줄 알았는가 호텔 캘리포니아인 줄 알았는가 장마 뒤 길바닥 고인 물에 올챙이 햇빛를 총알처럼 되쏘는 그 속을 미친듯 휘젓고 다니다가 "배추요, 무요, 양파요" 행상의 바퀴가 고인 물 튀기며 지나갈 때 잠시 혼절한 그 때 찬란한 웅덩이, 잠깐의 호텔 캘리포니아 구름 뒤에 천둥소리 아득하게 떨어지고 어떤 춤은 기억되고 어떤 춤은 잊혀지는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누군가 떨구고 간 너 혼자서 듣고 있지 "어서 오세요, 당신은 이곳의 포로 언제든 떠날 수 있다지만 결코 떠나지 못할 걸요" 한낮의 허공으로 솟구치는 "배추요, 무우요, 양파요오" 그 소리 잊지 못할 걸요 햇빛에 웅덩이 날아가버리도록 ● 출전 : 『레바논 감정』(문학과 지성사) "배추요, 무우요, 양파요오." 한낮의 골목에서 들려오는 행상의 소리가 젊은 노래에 취해있던 시인의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쳤군요. 후다닥 깨어보니 머리 희끗한 중년! 주변을 돌아보니 한때 피를 끓이며 노래하고 츰추던 젊음은 올챙이 우굴거리는 "찬란한 웅덩이". 장마 뒤 길바닥에 고인 웅덩이 물은 '잠깐의 호텔 캘리포니아'.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쳐 삶을 송두리채 휘저은 IMF 외한위기는 그 웅덩이를 지나간 야채 행상의 바퀴. 이 지독한 유머가 우리들이 놓지 못하는 삶의 내용물이랍니다. 이 삶의 웅덩이가 곧 햇볕에 날아가 버린다 해도, 여전히 가슴 뛰는 노래.<호텔 캘리포니아> /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