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와 쉼보르스카, 「경이로움」(낭송 이문경)
경이로움
비스바와 쉼보르스카(최성은 옮김)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한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가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天人)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처럼.
詩 :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 1923년 폴란드의 중서부 쿠르낙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 폴란드일보에 「단어를 찾아서」로 등단. 시집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콜론』등 11권의 시집을 출간함. 독일 헤르더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등을 받았으며,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함.
출전 :『끝과 시작』(문학과 지성사)
비스바와 쉼보르스카(최성은 옮김)의 「경이로움」을 배달하며
"이게 뭐야?" "왜?"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이런 질문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가끔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이게 뭐야?" 하고 소리치기도 했죠. 어릴 때 그토록 많았던
호기심은 다 어디 갔을까요? 왜 지금은 세상과 일상이 당연하고 자명해 보일까요? 살면서
겪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와 체념이 궁금증을 앗아간 걸까요? 왜 질문은 줄고,
고정관념은 늘어갈까요? 나, 지금, 여기, 너, 밥 먹는 일, 바람 소리, 나를 보는 강아지의
궁금한 눈빛. 이 모든 평범한 것들이 감추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경이로움. 여기에 시가
솟구치는 원천이 있을 것입니다. 시는 그 빈틈을 급습하려 하지요.
출처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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