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만해 한용운님의 시 모음 -님의침묵 /노래,심신 스님

cassia 2007. 10. 16. 18:05
 

     

     

     

     

     

     

     

     

    인연설


    진정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람의 진리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진정 잊고 싶을 때는 잊었다는 말은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나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같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은
    그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요.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웃는 것은
    그 사람과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

    알수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발점입니다.


    떠날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가다가 달려오면 잡아달라는 증거요.

     

    떠나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타고르의 시 Gardenisto(정원사)를 읽고

     

    벗이여....

    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 있는 꽃처럼 나를 울리는 벗이여.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까지 사무치는 백골(白骨)의

    향기입니다.

     

    그대는 화환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

    가지에 걸려서 주운 꽃을 헤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의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셔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치지 마셔요.

    무덤 위에 피 묻은 깃대를 세우셔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 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후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 주는 것은 죄악이다." 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人權)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貞操)냐." 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인줄을 알았습니다.

     

    영원(永遠)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꽃밭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래도 언제 오신다는 말을 먼저 썼을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약을 달이다 말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주소는 다른 나라의 군함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남의 군함에 있는 것이 사실이
    라 할지라도 편지에는 군함에서 떠났다고 하였을터인데





    명상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漂流)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微笑)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합(合)하여 사랑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玉璽)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美人)의 청춘(靑春)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宮殿)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天國)을 꾸미려고 돌아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슬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을 맞추어 넘실거립니다.




    복종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 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이별은 미의 창조


     

    이별은 미(美)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質] 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정천 한해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쏘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 하리라.


     

    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
    싫은 것만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
    병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정(情) 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으면
    한(恨) 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정(情) 하늘이 무너지고 한(恨) 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情天)에 떨어지고 한해(恨海)에 빠지리라.

     

    아아, 정(情) 하늘이 높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한(恨) 바다가 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릎보다도 얕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짧든지
    정(情) 하늘에 오르고 한(恨) 바다를 건느려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에 대이고 ,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한용운 .... 인연설.정원사를 읽고,알수없어요....

    Wolfgang Amadeus (1756-1791) 

    Sinfonia Concertante in E-flat Major for Violin,

    Viola and Orchestra, K.364 ...James Last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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