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엄마 아빠는 어릴 적 이런 책 봤단다

cassia 2007. 5. 3. 06:26
엄마 아빠는 어릴 적 이런 책 봤단다
[한겨레 2007-05-02 18:57]    

[한겨레]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어떤 그림이 있는 책을 봤을까?

아이들이 궁금할 법도 한데 옛날 책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빛바랜 옛 책장을 넘겨보는 건 어떨까.

오는 4일부터 13일까지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07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는 ‘시각이미지로 살펴 본 우리나라 어린이책의 역사’라는 전시를 마련했다. 출판도시 안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1923년 방정환이 창간한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비롯해 해방 이후 최근까지 출간된 어린이 잡지와 책 600여점이 전시된다.

이호백 어린이책잔치 집행위원장은 “모든 걸 그림책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홍수 시대에 아이들이 옛날 책의 그림과는 완전히 단절됐다”며 “아이들에게 우리의 과거를 알려주는 것은 어른들이 해야할 의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해방 후 <소년세계> <진달래> <어린이나라> 등의 어린이 잡지와 책에 실린 그림들은 “잠자는 먼지 속 기록으로만 남겨두는 게 큰 손실일 정도로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이 위원장은 평가한다. 열악한 인쇄환경 속에서 화려하진 않아도 한국적인 미가 돋보이는 구수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태어났고, 50~60년대까지 맥을 이어갔다.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신정권의 출판 탄압으로 어린이책을 단행본으로 내던 많은 출판사들이 문을 닫았다. 대신 당시의 교육열과 맞물려 전집이 전성기를 맞았는데, 이 시기 전집은 유형별로 전시된다. 같은 시기 번성했던 만화 대표작들도 선보인다.

칼라인쇄가 대중화되면서 80년대에 나타난 다양한 어린이 책의 그래픽 실험, 서양 그림책의 영향을 받은 90년대 작가주의 그림책과 우리 고유의 어린이 책 그래픽을 위한 현재의 다양한 시도도 살펴본다.

어린이 책의 ‘시각문화’ 흐름을 짚는 노력과 함께 당시 원로 그림 작가들의 작품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도 전시의 목적이다.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은 어린이책잔치 행사는 지난 2005년부터 어린이책의 시각이미지 역사를 차근차근 더듬고 있다. 어린이책잔치 집행부위원장인 책 디자이너 정병규씨는 “일회성 어린이책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 어린이책의 시각 이미지 분야에 집중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의 행사도 많다. 프랑스와 일본에서 온 그래픽 아티스트 루이즈 마리 뀌몽과 가츠미 고마가타, 한국의 신동준 작가가 헝겊으로 만든 책 등을 전시하는 ‘그림책 놀이방’을 꾸민다. 출판도시에 입주한 35개 출판사들도 미술치료, 쿠키 만들기 등의 오픈하우스 행사를 준비한다. 출판 과정 견학 프로그램과 어린이책 벼룩시장이 마련되고, 동요 재즈 공연과 어린이 뮤지컬도 열린다. pajubfc.org, 031-955-0063~4.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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