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홰

알츠하이머로 변해가는 '나를 그린 화가' / 망각에 대하여,..

cassia 2006. 10. 29. 08:38

주변에서 망각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갓 우스개로만 가볍게 흘러 보내곤 했는데

요즘 들어 부쩍 두려움이 느껴 지면서 소소한 건망증까지도

무게를 실어 웃어 넘기기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이 들어가는 징조겠지요..ㅎㅎ 

 

아래 동영상으로 본 화가의 그림이 정말 처참합니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야 말로 가장 큰 형벌이 아닐까 싶어서

신의 벌 중 가장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는 날 까지 함께 나누며 살아야 할 사람들과,

자신 조차도 알아 볼 수 없다는 것,..의 일그러지고 사라져 버린 자화상

문득,

몸부터 레테의 강으로 흘러 보낼 수 있다면 축복일꺼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망각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콘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야,...

 

잊혀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아픔을 원망하는 것도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잊혀지지 않아 아픈 것이야 말로 살아 있음이 아닐까?

 

 

레테의 강.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이다.

저승길에 그 강을 건너면 이승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는다.

철인 플라톤은 망각의 강을 거꾸로 풀이한다. 저승을 갈 때가 아니다.

이승으로 올 때다. 영혼이 육체의 옷을 입을 때다. 태어날 때 영혼은 ‘이데아’를 망각한다.

그래서다. 플라톤에게 인간은 잊어버린 이데아를 늘 갈망하는 결핍의 존재다.

흔히 ‘이상’으로 번역하는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에 동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플라톤에서 얻을 통찰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망각의 동물이라는 데 있지 않을까.

찬찬히 톺아볼 일이다.

망각이 없다면 과연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삶의 시련과 실연 때문만은 아니다.

질투와 시기는 또 얼마나 삶의 속살을 살풍경으로 몰아넣는가.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토로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망각 없이 살 수 없음을.

 

 

알츠하이머로 변해가는 '나를 그린 화가'



동영상보기

<8뉴스>



<앵커>



인류가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이제 발견된 지 100년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병에 걸린 한 화가가 투병과정 중에 그린 자화상들이 전시됐습니다. 인간을 서서히 파괴해가는 이 병의 무서움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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