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대나무꽃

cassia 2005. 12. 6. 15:38
대나무꽃

 

 

전설의 새 봉황은 대나무 꽃 열매만 먹을 뿐 굶어 죽어도 다른 건 먹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60년 만에 피는 꽃이라 평생 보기도 힘들지만,
대나무 꽃을 보게 되는 사람은 행운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꽃이 피면 근처의 대나무를 모두 고사시키는 꽃이라 대나무 주인은
꽃이 필까 두려워하며, 꽃이 피기 시작하면 모든 대나무를 잘라내기 바쁘다 한다.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에서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르쳐 준 나무 - 대나무

아래에 소개 해 올립니다. 

 

 

 

 

 

내 재산목록1호는 이십 년 가까이 찍어온 사진들이다. 눈에 띄는 꽃을 한두 장씩 찍던 것이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산과 들에 자라는 온갖 식물들을 다 찍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내 사진첩에는 셀수 없이 많은 꽃과 나무 사진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썩 잘 나온 사진이 아니더라도 내게는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많은 사진 중 유독 내게 없는게 있다. 바로 대나무꽃 사진이다.
대나무는 서울 시내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꽃은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내 평생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대나무 꽃은 60~120년 만에
단 한번 피어나기 때문이다.

 

 

 

 

나무는 보통 일년을 주기로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른 봄 새순을 올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꽃을 피운 다음,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엔 다음해를 기약하며 긴 수면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대나무는 그런 일반적인 나무의 삶에서 참 많이도 벗어나 있다.
다른 나무들은 살면서 수십번, 많게는 수천 번까지 꽃을 피우지만,
대나무는 60~120년 동안
단 한번 꽃을 피우고 그 즉시 생을 마감
한다.

 

그 죽음의 형태는 또 얼마나 잔인한지, 한번 꽃이 피고 나면 땅속에 있던 숨은 줄기까지
모두 죽어 버린다. 초토화된 그 현장에서 작은 싹들이 올라오지만 채 그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다시 꽃을 피우고 죽기를 두번, 그렇게 세번 죽고 나서야 비로소 새 생명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 시작된 생명이 대나무 본연의 모습을 되찿기 위해서는 또 십년이라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무들에게 있어 꽃은 번영과 존속의 기원을 담은 화려한 결정체다. 이른 봄 꽃을 피운 나무들이
희망과 기쁨으로 충만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대나무에게 있어서 꽃은 죽음과 맞바꾼 아픔이요. 고통이다. 단 한번 개화한다는 운명도
애달픈데 거기에 목숨마저 내놓아야 하는 대나무의 삶.

 

그러나 대나무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한치의 흐트러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순간, 조금이라도 삶을 연장하기 위해 발버둥친다거나 다음해를 기약하며 땅 속 줄기를
지키려 들지 않는다. 그 만의 푸르름, 그 만의 곧음을 간직한 채 말이다.

 

이처럼 기구한 자신의 삶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대나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대나무의 꿋꿋한 푸르름이 유독 인상 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 싶다.

 

그런 대나무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런 기원을 한다.

 

내 남은 삶이 대나무처럼 주어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고개 끄덕일 줄 아는 용기 있는 모습이기를.
그래서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 "한 세상 잘 살고 간다
"고 말할 수 있기를.

 

 

 우 종 영                                                          
1954년생.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그의 꿈은 천문학자였다. 그러나 색맹이라는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한 뒤로 그의 방황은 길었다. 고등학교도 다니다 말고, 군대에 가고,
중동에 다녀오고, 그리고 나서 결혼을 했다. 그런데 마음을 잡고 시작한 농사가
삼 년만에 망해 버렸다.

 

나무를 만난것은 그때였다. 너무도 초라한 자신이 싫어 죽음을 꿈꾸었을 때,

나무는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뒤로 그는 자신을 살린 나무를 위해 살기 시작했다.


'푸른공간'이라는 나무관리회사를 만들면서 아픈 나무를 고치는 의사로서의 삶을 열어갔던 것이다.

KBS TV '마이웨이'에 출연한 뒤로 더 바빠졌는데,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고 말하는 그의 소망은 밥줄이 끊어질지라도 나무가 더 이상 아프지 않는것이다.

 

현재 그는 유엔산하기구인 KSDN에서 나무학교 선생님으로, www.greenspace.co.kr을 운영하고
있으며, "풀코스 나무 여행"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피어나는 대나무 꽃

 

대나무처럼 우리 님들은 꽃 피우지 말고 그냥 그렇게 죽순요리 정도는 드시면서^^*
푸르름을 자랑했으면 합니다. 꽃이 피면 죽는다 하니 그게 싫어서 말입니다.
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요.

 

사진출처 : 엠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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