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양철지붕에 대하여

cassia 2005. 11. 4. 04:40


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철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생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 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 지는게 양철 지붕이란다


 

 

 

목소리를 위한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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