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설왕설래] 독후감 인증제

cassia 2005. 8. 21. 02:18

[설왕설래] 독후감 인증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바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배웠던 인생에 대한 헤밍웨이적인 해석이다.

샌디에이고 앞 바다에서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던 노인이

먼 바다로 나아가 큰 고기를 낚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중 상어 떼를 만나

결국 고기뼈만 달고 온다는 게 소설의 대강이다.

헤밍웨이는 소설에서 생은 덧없고 삶의 고통은 되풀이될 뿐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학창 시절 ‘노인과 바다’는 안타깝게도 문학이 아닌 시험문제의 대상일

뿐이었다.

소설 읽을 시간을 아껴 수학과 영어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소설의 참맛을 음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사치로 비치는 게 우리 교육의

씁쓸한 현실이다.

그저 학생들은 ‘바다’가 의미하는 게 무엇이냐는 문제를 풀기만 하면

소설 속의 노인처럼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부산시내 학생들이 부산시교육청이 시행하는 독후감 인증제로

이제 ‘노인과 바다’를 시험문제가 아닌 소설로 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육청 권장도서를 읽고 스스로 검증받는 이 제도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책 내용과 관련된 10개 문제 중 6개 이상을 맞히면

자신의 독후감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면 독서인증 쿠폰과 함께 국어 수행평가 점수도 받게 된다.

이 제도 시행 이후 학생들의 독서량이 크게 늘었고,

교육계 일각에선

“타성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국 교육을 변화시킬 혁명적 발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교실 수업을 확 뜯어고치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독서교육이 부산시교육청의 독후감

인증제를 계기로 교육혁명으로 꽃피길 기대한다.

근사한 명언이 아니더라도 독서는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양식일 뿐

아니라 지성의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가 아닌가.


김태수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5-06-13 20:19:15]

 

 

부산광역시교육청   http://www.pen.go.kr/  

 

한국독서능력개발원  http://www.readingcenter.or.kr/

 

책읽는 학교    http://reading.pe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