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김홍중의 『은둔기계』를 배달하며
어떤 사람이 한 많은 좋은 일들이 그 사람이 한 한 가지 나쁜 일로 인해 삽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세정(世情)이 그렇다. 세상의 잣대는 비중을 고려하지 않는다. 업적과 과오를 산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홍중의 저 문장은, 세상 물정이 그러하니 ‘쓰지도/하지도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문장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데 소극적일 것을 권유하는 문장이 아니라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문장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때때로 사람은 그가 한 일이 아니라 그가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일을 통해 더 잘 평가되니까.
문학집배원 : 소설가 이승우 2023.03.23 (thu)
작가 : 김홍중
출전 : 『은둔기계』,(문학동네, 2020, 115쪽)
김홍중, 「은둔기계」 중에서 – 문학광장 문장 (mun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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