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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4>림스키 코사르코프의 교향시 ‘세헤라자드’

cassia 2022. 11. 17. 12:04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4>림스키 코사르코프의 교향시 ‘세헤라자드’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4>림스키 코사르코프의 교향시 ‘세헤라자드’

'아라비안 나이트'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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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아라비안 나이트' 표지 이미지.

'세헤라자드'(1888)는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명민한 여인 세헤라자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아라비안나이트는 '1001일 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끝이 없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작품의 길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좌측사진 서영처교수)

 

림스키 코사르코프(1844~1908)는 '러시아 5인조'의 한 사람으로 낭만적이고 민족적인 경향을 띠는 작곡가이다. '세헤라자드'는 표제음악으로 관현악의 환상적이고 색채적인 효과를 들려준다. 그는 아라비안나이트가 이야기이자 선율과 리듬적인 특성을 지닌 끝없는 노래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특정 서사보다는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로 상상력을 자극하며 관객의 호기심과 동양 판타지를 자극한다. 그런 점에서 '세헤라자드'는 철저히 서구적 시각에 입각한 오리엔탈리즘을 그린다.

 

이야기는 샤리야르 왕에서 시작한다. 왕은 왕비의 부정에 치를 떨며 다시는 결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고 날마다 처녀를 데리고 잔 뒤 아침이면 죽여버리는 일을 3년 동안 계속한다. 도성의 젊은 여자들이 거의 남지 않은 날, 대신의 딸 세헤라자드가 자청해서 왕궁으로 들어가고, 첫날밤을 무사히 넘긴다. 세헤라자드는 1001일 동안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며 마침내 샤리야르 왕의 왕비가 된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세계에 근원적으로 존재하는 선과 악, 죄와 벌, 신과 인간, 남과 여, 에로스와 타나토스, 신앙과 불신앙, 도덕과 비도덕, 상거래와 약탈, 은혜와 배신 등 대립되는 현실을 운문체의 산문과 시로 다루며 이러한 길항 속에서 이야기의 구도를 유지한다. 대립은 이야기의 정신이며 미적 법칙이 된다.

 

'세헤라자드'는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다. 세헤라자드를 나타내는 이국적이고 감미로운 바이올린 멜로디와 왕을 나타내는 관악기의 위엄있는 주제는 악기를 바꾸어가며 곡 전체에서 계속 나타난다. 음악에서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세헤라자드와 경청하는 왕의 구도를 주요 골격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각 악장에서 신드바드의 모험과 탁발승, 젊은 왕자와 공주, 바그다드의 축제와 파선의 주제 등을 다루면서 이 역시 세헤라자드와 왕의 주제와 얽히면서 전개된다.

 

림스키 코사르코프 또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대미를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창조자로서의 스토리텔러로 세헤라자드를 부각한다.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무의식에 스며들어 지시하는 권위적인 특징을 가지는 것으로, 세헤라자드는 왕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왕의 의식을 자신에게 고정시켜 왕의 마음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 간다.

 

림스키 코사르코프의 '세헤라자드'는 미모와 지성을 갖춘 매력적인 여성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을 내세워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한다는 점에서 멋진 곡이다. 이 곡을 듣다 보면 휘트먼의 시가 떠오른다. "나는 이야기꾼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중략)… 시작과 끝에 관한 이야기,/ 나는 시작이나 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것 이상의 시작은 결코 없었고,/ 지금 이상의 젊음이나 늙음도 없었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https://youtu.be/gAqCF_1w0b4

200점, 꿈의 기록을 넘다 / 2009 ISU 세계피겨선수권 프리 '세헤라자데' [퀸연아 다시 보기]

 

https://youtu.be/zY4w4_W30aQ

Rimsky-Korsakov: Scheherazade op.35 - Leif Segerstam - Sinfónica de Galicia

 

문화부 jebo@imaeil.com
대구매일신문 입력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