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磬 小理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2> 슈베르트의 보리수

cassia 2022. 11. 2. 16:23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2> 슈베르트의 보리수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2> 슈베르트의 보리수

비엔나 부근 힌터뷜 마을 보리수와 우물가. 슈베르트는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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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부근 힌터뷜 마을 보리수와 우물가. 슈베르트는 1820~1826년 사이 친구들과 종종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겨놓고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찾아 온 나무 밑"

 

'보리수'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Winterreise) 중에서 5번째 곡이다. 'Winterreise'는 겨울 여행이라는 뜻이지만 주로 '겨울 나그네'로 번역되어 있다.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시 정신과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가곡 정신을 의역했다고 볼 수 있다.

 

'보리수'는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어서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다. 독일 가곡이지만 우리의 노래인 것처럼 가사와 선율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공감력이 크다. 여기서 '보리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인도 보리수가 아니라 유럽피나무를 가리킨다.

 

뮐러와 슈베르트는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슈베르트는 이전에도 뮐러의 시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에 곡을 붙여 연가곡집을 만든 적이 있다. 슈베르트는 인생의 마지막 겨울 동안 친구 쇼버의 집에서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며 길 위에 선 고독한 방랑자의 심정에 자신의 남은 음악적 동력을 다 바쳤다. 두 사람은 실연당하고 절망한 채 겨울 속을 떠도는 방랑자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자화상을 발견했다.

 

이들이 살던 시대는 산업 혁명이 유럽에 전파되면서 삶 전체를 뒤엎는 급격한 변화가 불어닥친 시기였다. '겨울 나그네'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이상을 예민한 감수성으로 풀어낸다. 그 중에서 '보리수'는 '거리의 악사'와 더불어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대표하는 곡이다.

 

'보리수'는 피아노 전주가 셋잇단음표를 연주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수 가지를 매우 지적이고 정신적으로 묘사한다. 피아노 전주와 간주의 빠른 패시지 위에 민요풍의 선율을 실어 상처받기 쉬운 방랑자의 내면과 고통스러운 현실과의 긴장을 들려준다. 방랑자가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보리수는 부른다. "나에게 오라, 친구여.". 슈베르트는 화성과 멜로디를 엇갈리게 하는 조성의 변화를 통해 사랑과 이별, 기쁨과 고통, 떠남과 돌아옴, 먼 곳의 빛과 이곳의 어둠과 같은 삶의 이원적인 요소들을 충돌시킨다.

 

사람들은 큰 나무에게서 영성을 발견한다. 인간보다 몇 배 더 오래 살아온 나무 아래로 가서 명상에 잠기거나 독백하듯 비밀이나 상처받은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들려주는 소리를 영적인 응답으로 받아들인다.

 

토마스 만은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독일 민중의 자산이며 독일 내면성의 결실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 '닥터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레버퀸은 보리수가 우람하게 서 있는 농가에서 천재 작곡가로 태어나고, 보리수가 휘어진 가지를 드리운 고향 집에서 최후의 안식을 맞는다. 소나무가 한국인과 일생을 같이하는 나무이듯 '보리수'는 독일인의 결핍을 치유하며 근원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무이다. 그리하여 슈베르트의 '보리수'는 회귀와 귀속의 원형적인 장소가 된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https://youtu.be/ltZn2WVLGdo


슈베르트: 보리수, D.911 [피셔-디스카우/무어] (뮐러)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2-10-24

 

https://youtu.be/KQnQYA2pq88

Der Lindenbaum Schubert - Hermann Prey sang 보리수 (독일어, 영어, 한글자막 German, English, Korean captions)

배경이 좋아서 올려 봅니다. cassiad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