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송재학,「그림자」

cassia 2022. 11. 11. 10:40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송재학,「그림자」

 

https://youtu.be/0LKQ9bN6SqE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내가 육체를 가지고 있기에 그림자는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육체를 숨길 수 없고 그것이 투명하지도 못하기에 그림자는 엄연한 현실이 된다. 이 그림자를 버릴 수도 치울 수도 없다. 날마다 마주해야 한다. 사실 이것은 약간 곤욕스러운 일이다. 그림자는 나라는 존재와 행위를 빠짐없이 지상에 그려 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세계 속에서 취소되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림자를 보며 날마다 깨닫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이 시에서는 그림자가 먼저 보이고 먼저 움직인다. 그림자가 마치 나보다 주도적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나타나지 않고 그림자만 계속 묘사되는 것이다. 그림자는 둘이 되기도 하고, 둘은 앞뒤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며, 심지어 그림자는 “육신보다 먼저 이지러진다”. 이뿐인가, 그림자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하나가 되기도 한다. 내가 없거나 생략된 세계에서의 그림자들의 혼재, 그리고 그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은 신비하고 서늘하다.

이수명 인사말


안녕하세요. 새 문학집배원으로 일하게 된 시 쓰는 이수명입니다. 반갑습니다. 1년 동안 궂은날에도 맑은 날에도 변함없이 시로 노크하겠습니다. 멀리 있는 시들은 조금 가까이, 가까이 있는 시들은 좀 더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함께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면 좋겠습니다.

 

이수명

 

1965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1994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 「물류창고」 「도시가스」를 출간했다. 산문집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시론집 「횡단」, 「표면의 시학」, 평론집 「공습의 시대」, 번역서로 「낭만주의」 「라캉」 「데리다」 「조이스」 등이 있다. 박인환 문학상, 현대시 작품상, 노작문학상, 이상시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송재학
출전:『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문학동네,2022)

 

출처 :문학광장 문장 – 생활 속 작은 여유로움 "문장" (munja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