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김사인 , 「달팽이」

cassia 2020. 11. 19. 14:23

김사인 , 「달팽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사인 ┃「달팽이」을 배달하며

 

    “귓속이 늘 궁금했다.” 눈은 감을 수 있지만 귀는 감을 수 없다. 잠이 찾아오면 눈은 스르르 감기지만,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에도 귀는 활짝 열려 있다. 그러니까 내 의식에 닿지 않은 말과 온갖 소리들이 귀에는 닿았다. 잠든 사람 앞에서라면 어떤 고백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잠든 사람 앞에서라야 어떤 비밀은 꽁꽁 묶어두었던 보자기를 살며시 풀어볼 것이다. 잠든 사람의 숨결을 느끼며 하는 말은 혼자 하는 말과 어떻게 다른가. 잠든 사람의 귓속에 공기분자의 파동을 일으키는 말은 혼잣말보다 덜 외로울까. 그것은 대화일까, 독백일까. 언젠가 잠든 당신을 향해 나는 한참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내가 잠든 후에야 꺼낼 수 있는 말이 당신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귓속이 궁금한 것은 그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 궁금한 것이다.

 

문학집배원 시인 김행숙 2020.11.19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김사인

출전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 2015)


◀ 클릭要



'시와 憧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인찬 , 「법원」  (0) 2020.12.17
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  (0) 2020.12.03
김언희, 「트렁크」  (0) 2020.11.05
이장욱, 「두번째 강물」  (0) 2020.10.22
김경후, 「입술」  (0) 202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