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

cassia 2020. 12. 3. 19:03

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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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를 배달하며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라는 말, 그 말이 참 좋다. 열두 살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말이다. 네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기꺼이 내 울타리를 치우고 네게로 활짝 열렸다. 그때 나는 네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너의 글씨체로 노트를 채우는 아이가 되었지. 너에게 나를 다 빌려줄 수 있어. 그렇게 너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빵빵한 시절이었는데, 너는 홀연히 이 풍경에 검은 구멍을 내고 사라져버렸어. 오늘은 보고 싶은 내 친구에게 너의 글씨체로 “안녕, 친구”라고 인사를 건네며 편지를 쓴다. 너의 글씨체처럼 너의 목소리 너의 웃음 너의 손이 나를 다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는 너의 답장을 쓰고 싶다. 그런 마음이 시를 쓰게 하는 것 같아. 나는 오늘도 너의 글씨체로 시를 쓸 것 같아.

 

문학집배원 시인 김행숙 2020.12.3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신해욱

출전 :『생물성』(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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