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載 칼럼

[정혜영의 근대문학](140) 또 다시 모리사키 가즈에를 기억하며

cassia 2019. 8. 8. 09:36



(140) 또 다시 모리사키 가즈에를 기억하며

 

"모리사키 가즈에(森崎和江)가 있어서 일본인인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의 일본인 지인, 오카다 세쓰코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책 두 권을 선물로 줬다. 모리사키 가즈에의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 초판과 최신판이었다. 모리사키 가즈에. 근대문학을 연구하면서 많은 일본 작가들을 접했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나의 일본인 지인은 모리사키 가즈에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모리사키 가즈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자체가 원죄를 짊어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녀 삶의 모든 선택과 결정은 바로 그 원죄의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점에서 원죄의식은 그녀 삶이 시작되는 원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리사키 가즈에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4년 일본으로 귀국한 후, 지금까지 일본에서 살고 있다. 지인의 말처럼 원죄의식은 모리사키 가즈에 삶의 원점이었다. 모두가 도쿄로 모여들던 1960년대 일본에서, 그녀는 규슈 탄광촌에 정착한다. 그리고 소외된 자, 약한 자들과 함께 '고향'을 만들어가는 운동을 전개한다. 아흔 셋이 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 때문에 죽은 수많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됐다고 말한 모리사키 가즈에이다. 변두리에서 소외된 자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그녀 삶의 여정에서 그 '원죄의식'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느낄 수 있다. 일본인 지인, 오카다 세쓰코 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1960년대 일본 젊은이들은 모리사키 가즈에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그 젊은이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일본인 지인은 일제말기인 1940년대 초, 일본에서 태어났다. 기억에도 없는 나이에 일본의 조선 침략기를 겪었으니 어떻게 보면 한국에 대해서 굳이 '원죄의식'을 지니지 않아도 좋은 세대이다. 그럼에도 지인은 공직에서 퇴직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대구에서 사재를 털어 학대받은 한국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제 쉬어도 좋은 나이지만 지인의 하루하루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보내느라 바쁘다. 여행과 취미활동 같은 여유로운 일상을 포기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일본인 지인은 그렇게 답했다. "결국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입니다. 제 삶의 가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기 이 곳에 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포함한 일본 지식인 78명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일본국민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게 '한국은 적(敵)'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쌓아갈 소중한 이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8월 4일 성명 찬성서명자가 6천714명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나의 지인 오카다 세쓰코 씨도 포함되어 있다. 분노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 이상 잠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右) : 모리사키 가즈에의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 책표지
         

    클릭要  

    

정혜영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 출처 : 매일신문 2019-08-08 (Thurs)

 





 

<

 

<